‘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안·사진)가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15일(한국시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기자회견에서 “귀화한
이유를 짧게 말하자면 난 쇼트트랙이 정말 좋았고, 하고 싶었다. 내가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안현수는 역시 안현수였다. 이날 준결승, 맨 뒤에서 여유롭게 레이스를 펼치다 2바퀴를 남겨놓고 폭발적 스퍼트로 따라붙어 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가 하면, 결승에선 동료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와 함께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첫날 메달(남자 1500m 동)을 따고 눈물을 많이 참았다. 이를 악물고 ‘금메달을 따서 기쁨을 누려보자’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눈물이 났다”며 “8년 동안 다시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서기 위해 힘들었던 나날이 떠올랐고,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눈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안현수는 대한빙상경기연맹과 파벌문제 등으로 마찰을 겪다가 2011년 러시아로 전격 귀화했다. 소치올림픽에는 태극기 대신 러시아국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해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자 한국에선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자꾸 악화되자 박근혜 대통령까지 ‘안현수의 귀화과정을 조사하라’며 발 벗고 나섰다.
안현수는 자신의 일로 안팎이 소란스러워지자 마음이 편치 않은 듯 “많은 기사를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며 “내가 귀화한 이유는 이 종목을 정말 하고 싶었고, 부상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러시아에 왔다. 결과가 좋게 나왔기 때문에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뜻도 전했다. 그는 “안 좋은 기사가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대표팀) 후배들이 올림픽을 치르고 있는데 이런 일 때문에 집중을 못 할 것 같다. 앞으로는 내가 말을 하지 않는 이상 (귀화) 얘기가 나가길 원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 얘기하면 길어진다. 올림픽이 끝나면 내 생각과 마음을 밝히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