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의 현장은 뜨겁지만 경기장을 벗어나면 ‘혹한’에 가까운 기류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6월 러시아에서 재정된 반(反)동성애법에 대한 세계 각국 인권운동가들의 목소리를 묵살한다는 지적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유력지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는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인권운동가이자 최초의 성전환 연기자인 블라디미르 럭셔리아(사진)가 러시아에 구금돼 있다”고 보도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탈리아 인권운동가의 말을 인용해 “블라디미르가 러시아의 경찰서에서 전화를 걸어와 자신이 구금돼 있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는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게이는 옳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든 혐의로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TV에서 주로 활동하는 성격파 배우이자 이탈리아에서는 처음 등장한 트랜스젠더 연기자로 유명하다. 특히 이탈리아의 게이·레즈비언·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인권연대의 대표를 맡고 그동안 의회에서 활동하며 동성애 등 성 소수자 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인권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블라디미르의 구금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당국은 러시아에 정확한 상황 파악을 요청한 상태. 하지만 러시아는 공식 응답을 피하고 있다. 가디언은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의 이탈리아 영사관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