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기자의 소치 에세이]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터들의 하소연 “유럽선수 훈련방식·분위기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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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18일 07시 00분


김보름.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김보름.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김보름(21·한체대·사진), 노선영(25·강원도청), 양신영(24·전북도청)은 여자스피드스케이팅국가대표입니다. 단거리에 이상화(25·서울시청)가 있다면 장거리에는 이들이 있습니다. 김보름의 경우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유망주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4년 뒤 과연 한국스피드스케이팅의 미래가 보일지 의문스러웠습니다. 노선영은 “주니어 시절에는 한국선수들이 스케이팅을 훨씬 잘 하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외국선수들을 만나면 기량이 엄청나게 올라와 있다. 한국선수들도 노력하지 않는 게 아닌데 발전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고 말했습니다. 부러운 부분도 많습니다. 노선영은 “네덜란드의 경우는 인기도 많고 단거리만큼 장거리를 좋아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으면 아무래도 선수들에게 더 잘 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된다”며 “환경 측면에서도 우리는 스피드스케이팅훈련장이 1개밖에 없는데, 외국에는 여러 개가 있다. 선수층이 얇아서 내부 경쟁도 되지 않는다. 훈련법 등도 다르겠지만, 인프라 부분에서 발전 차이가 드러나는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김보름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합니다. 물론 아시아선수 중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로는 한국의 이승훈(26·대한항공)밖에 없습니다. 유럽선수들과 신체조건부터 다르기 때문에, 스타트 지점이 다른 것입니다. 김보름은 “훈련방식도 다른 것 같다. 소치에 와보니 다른 외국선수들은 결과를 떠나 훈련을 할 때도 마치 놀러온 것처럼 하고, 경기 역시 최선을 다하지만 즐기는 모습이더라”며 “하지만 한국선수들을 보면 목숨 걸고 메달을 따기 위해 뛴다. 분위기도 그렇고 흥이 나질 않는다. 차이를 느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훈련방식과 분위기가 다릅니다. 그러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4년간 이 대회만 보고 달려왔고, 쉼 없이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노력한 과정이 생략된 채 결과만 놓고 평가하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우리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만 봐도, 몇 등을 하든지 환하게 웃는 다른 외국선수들에 비해 한국선수들은 굳은 얼굴로 취재진을 마주합니다.

이규혁(35·서울시청)은 스케이터로서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올림픽이 끝나도 선수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훈련일정은 나오고, 또 쉼 없이 달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또 4년간 담금질한 선수들이 평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하는 것입니다.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동계스포츠 발전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과 인프라 구축 등 할 일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을 향한 관심의 눈길 하나, 칭찬 한마디가 이들을 춤추게 합니다. 노선영과 김보름의 하소연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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