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부상 투혼…금메달보다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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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20일 07시 00분


앤드루 와이브레트.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앤드루 와이브레트.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불굴의 의지, 감동의 소치

와이브레트, 4년간 4번 수술 딛고 은메달
박승희도 퉁퉁 부은 무릎으로 금빛 질주
발목골절 제이콥·혈관염 다케우치 ‘감동’


감동은 올림픽의 꽃이다. 올림픽에는 승자의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는 넘어지고 또 누군가는 좌절한다. 또 누군가는 좌절을 극복하고 다시 우뚝 선다.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사람에게 보내는 박수 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넘어졌다 일어나 다시 달리는 사람에게 보내는 박수소리는 천둥소리보다 더 크다.

부상을 이겨내고 투혼을 발휘하는 스타들의 활약으로 2014소치동계올림픽이 ‘감동’ 올림픽이 되고 있다.

17일(한국시간) 알파인 스키 남자 슈퍼대회전 경기에서 눈길을 끈 선수는 앤드루 와이브레트(미국)다. 그는 4년 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 스타가 됐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그에게 어두운 시간이 찾아왔다.

와이브레트는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동메달 획득 후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치는 부상을 당했다. 또 얼마 후엔 왼쪽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까지 겹쳤다.

부상의 악몽은 계속됐다. 이듬해엔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았고, 2012년 오른쪽 발목까지 말썽을 부렸다. 온 몸이 부상 병동이나 다름없었다.

선수생명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그는 스키를 벗지 않았다.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한 와이브레트는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가장 불운한 스키선수에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18일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우리 대표선수들의 투혼을 발휘하며 금메달을 획득해 감동을 줬다.

박승희(화성시청)는 14일 열린 500m 결승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다. 경기 중 영국의 앨리스 크리스티가 아리아나 폰타나와 부딪혀 넘어지면서 박승희까지 건드렸다. 두 번이나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레이스를 펼친 박승희는 동메달로 아쉬움을 달랬다.

안타깝게도 박승희는 당시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쳤다. 퉁퉁 부어오른 탓에 1500m 경기엔 나서지도 못했다.

치료에 전념해온 박승희는 마침내 3000m 계주에서 심석희, 김아랑, 조해리, 공상정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하는데 성공했다. 그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미국의 스노보드 선수인 트레버 제이콥은 남자 크로스 준결승에서 부러진 발목으로 경기를 완주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첫 번째 점프 뒤 착지하는 순간 발목에서 ‘뚝’하는 소리가 났고, 이 순간 발목에 이상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제이콥은 그 상태로 준결승에 나섰고 4위로 마치는 투혼을 발휘했다. 제이콥은 이후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고통을 참으며 6∼12위 결정전까지 출전한 끝에 최종 9위에 올랐다. 메달 획득과 상관없었음에도 끝까지 완주한 제이콥에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일본 남자 스키점프 대표 다케우치 다쿠는 병마와 싸운 끝에 동메달을 따내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처그 스트라우스 증후군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육아종성 혈관염이 장기에 침투해 면역 체계를 뒤흔드는 질병으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다케우치는 병원 치료 후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다. 그는 체중이 빠지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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