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명 남녀쇼트트랙대표팀 총감독은 남자대표팀이 5000m 계주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신다운(21·서울시청·사진)을 불렀습니다. 노 메달의 위기에 처한 남자대표팀에게 남은 경기는 500m뿐이었습니다. 윤 감독은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신)다운아, 500m는 어떻게 하고 싶니?” 신다운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500m는 (박)세영이가 저보다 더 나으니까 양보하겠습니다.”
우리 남자대표팀에서 500m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2명뿐이었습니다. 당초 신다운과 이한빈(26·성남시청)으로 결정됐었죠. 그러나 신다운의 주종목은 1000m와 1500m였습니다. 단거리인 500m에선 순발력이 뛰어난 박세영(21·단국대)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다운은 자신감을 보였던 두 종목에서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1500m 준결승에선 넘어졌고, 1000m 결승에선 무리하게 인코스로 파고들다 실격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신다운은 욕심이 많은 선수입니다. 1500m 준결승에서 넘어진 뒤에는 정신적 충격 때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부산사나이’의 근성을 보여주겠다”며 구슬땀을 흘려왔는데,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었으니 그럴 수밖에요. 오히려 더 메달 욕심이 날 법했습니다. 그러나 선뜻 500m 출전권을 박세영에게 양보했습니다. 자신의 영광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겁니다.
사실상 이번 올림픽 출전을 모두 마쳤지만, 신다운은 그 뒤로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신다운을 바라보며 윤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다운이에게 강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의사를 물어봤더니, 망설이지 않고 ‘양보하겠다’며 씩씩하게 대답하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여자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어요.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지만, 운동밖에 모르고 정말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입니다.”
박세영은 이한빈과 함께 예선에 출전해 22일(한국시간) 새벽 펼쳐질 준준결승에 올랐습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남은 500m에는 남자대표팀의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이겠죠. 각오는 단단합니다. “양보를 받았으니까 거기에 부끄럽지 않게, 미안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박세영은 어느 때보다 힘차게 얼음을 지칠 겁니다. 태극마크의 명예를 걸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