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판커신은 ‘반칙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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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24일 07시 00분


판커신.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판커신.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쇼트트랙 1000m 박승희에 ‘나쁜 손’
3000m 계주서도 진로 방해로 실격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로 올라선 정치적·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스포츠에서도 세계적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식이 초고속 경제성장 속도에 못 미치는 현상이 곧잘 발생하듯, 스포츠에서도 실력에 걸맞은 스포츠정신을 망각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중국여자쇼트트랙은 한국을 위협할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이기기만 한다면, 걸리지만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일그러진 행태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있다. 22일(한국시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2014소치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 중국 판커신은 결승선을 앞두고 박승희(22·화성시청)가 1위로 골인하기 직전 손을 뻗어 유니폼을 잡아당기려는 상식이하의 행동을 보여줬다. 박승희가 힘껏 달려 판커신을 뿌리친 덕에 순위가 바뀌진 않았지만, 중국선수들의 스포츠맨십이 어느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노출한 장면이었다.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중국은 2바퀴를 남겨둔 시점에서 한국에 밀리자 마지막 주자 심석희(17·세화여고)의 스타트 지점에 무려 3명의 선수가 서서 진로를 막는 교묘한 방해공작을 펼쳤다. 교대와 관계없는 선수인 판커신이 끼어서 은근히 길을 막은 탓에 한국은 터치가 늦어져 중국에 추월을 허용했다. 심석희가 반바퀴를 남기고 소름 돋는 아웃코스 스퍼트로 판세를 뒤집어냈고, 중국은 이 반칙이 발각돼 실격 처리되는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만약 심석희가 중국의 반칙에 무너졌거나, 중국의 파울이 그대로 묻혔더라면 또 한 번 뒷맛이 씁쓸할 뻔했다.

판커신은 2013 헝가리 데브레첸 쇼트트랙세계선수권 1000m 준결승에서도 2차례나 박승희를 잡아당기고 밀었다. 박승희를 넘어뜨리려다 자기가 중심을 못 잡아 넘어졌는데도, 당시 심판진은 박승희에게 퇴장을 줬다. 중국의 왕멍은 이 대회에서 종합 1위를 위협받자, 3000m 계주 도중 노골적으로 박승희를 밀어 실격을 당하는 ‘자폭’을 감행했다. 박승희가 3000m 계주에서 입상하지 못하면, 실격되더라도 자신이 종합 1위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쇼트트랙에서 실격 판정에는 심판의 재량권이 큰 데다, 명백한 반칙의도가 있어도 순위 자체가 영향을 받지 않으면 그냥 넘어간다. 소치올림픽 1000m 결승에서 판커신이 대놓고 ‘나쁜 손’을 휘두르고도 실격 없이 은메달이 확정된 이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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