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제안한 이후 과연 누가 대표단을 이끌지 한미 양국이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의 핵폭주가 본격화된 후 북한 고위층 상당수가 미국은 물론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대상에 올라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에 부정적 이미지가 덜하고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은 ‘30대 뉴 페이스’가 거론된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30), 김정은의 옛 애인 중 한 명으로 알려진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겸 당 중앙위 후보위원(34)이 대표적이다.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북한 대표단의 방남에서 대북제재 관련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조치가 필요할 경우에 유엔 제재위원회 및 미국 등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도 입장이 다르지는 않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한국과 북한의 회담을 환영한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관리들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대화도 하고 올림픽 참가도 유도하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북제재의 틀에선 벗어나지 말라는 시그널이다.
‘북한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은 한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물론 금융 제재라서 한국행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며 강경 입장을 밝힌 터라 향후 방한이 추진되면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은 평창 대표단장에 가장 걸맞지만 유엔 제재와 미국 독자제재, 둘 다 받고 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유엔 제재 대상일 뿐만 아니라 천안함 폭침 배후로 널리 알려져 북에도 부담인 카드다.
이에 김여정이나 현송월을 대표단장이나 상징적 인사로 내밀 가능성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당 부부장에 오른 김여정은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에는 올라 있지만 한국행에는 원칙상 문제가 없다. 역시 같은 회의에서 후보위원이 된 현송월은 아직 제재 대상이 아니다. 북한은 화제를 모을 수 있고, 한미는 상대적으로 ‘받기 쉬운’ 카드인 셈이다.
한편 북한이 9일 고위급 회담에서 최초로 평창과 같은 국제행사에 ‘참관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 전례가 없는 제안에 그 성격을 두고 정부 내에서조차 혼선이 일기도 했다.
통일부가 확인한 결과 참관단은 일반 관중이 아닌 경기시설 및 운영 등을 살펴보러 오는 주로 체육 관계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 원산시 마식령, 양강도 삼지연군 등에 스키장을 개발하며 겨울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김정은이 ‘평창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해당 전문가들을 보내기로 결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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