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창회담]평창예술단 합의… 17일 차관급 회담
오전과 달리 오후 회의는 공개 안해… 北지도부 뒤에서 ‘원격 조종’ 관측
선수단 이동방법-숙박 17일 논의… 공동입장-단일팀 순조로울지 주목
북한이 15일 남북 실무접촉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에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파견키로 하면서 이른바 ‘평창 모멘텀’이 다시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선수단 구성보다 예술단 파견을 먼저 결정하는 등 이번 올림픽을 김정은 체제를 선전하고 ‘핵무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 예술단 육로행 대표단 전체로 이어지나
이날 접촉 결과는 ‘대규모 예술단을 육로로 파견한다’로 압축된다. 북한이 먼저 육로행을 밝혔다는 게 정부 대표단의 설명이다. 북측은 판문점을 경유해 서울과 평창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기했고, 수송 수단 등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확답하지 않았지만 이는 북한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의 예상 이동 루트를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주세관 등 관세청이 남북 고위급회담 제안 당시 육로행을 우선순위에 두고 사전 검토했던 사실이 확인됐고, 인력 지원 방안 등이 세관에서 추가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요청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도 “아직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140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이 내려오기에는 육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판단에는 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 배후에서 원격조종하는 북한 지도부
남북 실무접촉 결과가 담긴 공동보도문은 접촉 시작 후 10시간도 안돼 비교적 빨리 공개됐다. 30분짜리 단타 회담을 거듭했던 오전 회의 시간은 공개된 반면 오후 회의는 몇 차례를 했는지, 언제 시작해서 끝났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진행’ 속에서 이뤄져 궁금증을 낳았다. 복수의 당국자들은 “실무 내용을 그동안 판문점 채널을 통해 팩스로 주고받았고 문서를 통해 비교적 의견 접근이 많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북측이 관현악단 실무자들을 앞세워 짧게 회의를 진행한 것은 뒤에서 지도부가 원격조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사전 답사를 보내고 문서로 갈음하겠다는 것 역시 불필요한 오해 소지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초반 환담은 훈훈했다. 양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북한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과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악수를 한 뒤 6일 전 고위급회담처럼 날씨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권 국장이 “지금 대한(大寒)이 가까워 오는데 날씨가 아주 훈훈하다. 올해 봄이 아주 빨리 오려나 보다. 우리 예술단이 남측에 나가는 계절로 보면 입춘이 지나고 봄의 열기가 아주 환할 때 좋은 계절이다”라고 건네자 이 실장도 “며칠 전부터 계속 추웠는데 오늘 회담도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날씨가 도와주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 선수단, 이산가족 등 향후 난제 적지 않아
이젠 17일 차관급 회담에서 개막식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회담에선 북한 선수단의 방한에 따른 이동 방법과 수송, 숙박, 안전 등이 전반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동시 입장이 성사된다면 한반도기가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아경기 이후 11년 만에 등장할지도 관심사다.
개막식에 입장할 남북 선수단 규모도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겨울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남북이 공동 입장했던 토리노 올림픽 때는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단 56명(남측 44명, 북측 12명)이 함께 들어섰다. 하지만 평창 대회에선 남측이 200명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를 파견하는 반면 북한은 10명 안팎으로 꾸려 어느 때보다 균형이 맞지 않는다.
실무접촉의 첫 단추는 끼웠지만 올림픽 의제 외 남북관계 개선 관련 문제는 어떻게 논의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앞서 접점을 찾지 못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계속 꼬이고 있다. 북한은 9일 고위급회담에서도 지난해부터 주장해 온 탈북 식당 여종업원들의 북송을 요구했다는 점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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