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 탈락 없다지만… 출전기회 줄어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女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5일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역차별 논란에 대해 “아이스하키 특성상 선수 교체가 자주 이뤄져 우리 선수가 출전 못하거나 배제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북의 올림픽 참가를 환영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박탈당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자 “이 문제를 선수들과 상의하고 양해를 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은 “아이스하키라는 종목 특성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등록 선수 엔트리는 팀당 23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협조로 등록선수 엔트리를 늘리면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는 한국 선수 엔트리 23명을 유지하고 여기에 북한 선수를 추가로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다. 제외되는 한국 선수 없이 북한 선수를 추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최대 10여 명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 선수단 전체 규모를 크게 늘리는 효과도 있다. 한국에 오는 북한 선수단 규모가 늘어나 북한으로서도 좋은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등록 선수 엔트리와 달리 출전 선수 엔트리는 22명(골리 2명, 플레이어 20명)으로 정해져 있다. 북한 선수 6∼8명이 합류하면 그만큼 한국 선수들의 경기 출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IOC에 출전 선수 엔트리를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다른 참가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출전 선수 엔트리를 늘리면 다른 팀이 패배를 받아들이겠는가. 축구로 치면 15명이 11명과 싸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단일팀이 되면 전력 약화도 불가피해진다. 올림픽을 20여 일 앞두고 단일팀이 구성되면 그동안 쌓아올린 조직력과 팀워크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주 귀국한 한 선수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단일팀 추진 소식을 듣고 선수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음 졸이며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6일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재개한다.

한편 도 장관은 2월 9일 평창 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 공동 입장이 합의되면 한반도기를 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도 장관은 “1991년부터 9차례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 전 세계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고, 스포츠가 정치 문제 돌파구를 마련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굳이 북을 배려한다면 북은 인공기를 들고, 한국은 태극기를 들고 같이 입장하면 된다”고 하자 도 장관은 “한반도기를 든다고 태극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 단일팀 결성 여부와 국기 사용 방안 등은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IOC 주재로 열리는 ‘평창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uni@donga.com·박훈상 기자
#평창올림픽#아이스하키#남북단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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