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강산 관광 전면 중단으로 10년간 끊어졌던 동해선 육로가 23일 다시 열린다.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 사전점검을 위해 남측 선발대 12명이 2박 3일간 방북길에 오르기 때문이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측 사전점검단이 경의선 육로로 되돌아간 지 하루 만에 반대편에서 남북을 연결하는 육로가 재개통되는 셈이다. 또 북측 선수단 점검단이 25일 내려오면서 예비 ‘평창위크’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 금강산, 마식령스키장 시설 점검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한 남측 선발대는 23일 오전 9시 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금강산을 방문한다. 동해선 육로는 2015년 10월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잠시 열리긴 했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 후 사실상 10년 가까이 왕래가 끊긴 길이다. 선발대는 일정을 마치고 귀환할 때도 동해선 육로를 사용한다.
선발대는 첫날 금강산 온정리에 있는 ‘금강산 문화회관’과 함께 이산가족 면회소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이들 시설은 각각 현대건설, 현대아산에서 지었다. 현송월이 서울과 강릉시의 공연장에서 음향 설비 등을 확인했던 것처럼 남측 선발대도 금강산문화회관 설비를 집중 점검한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금강산 문화행사는 1월 말, 2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 만큼 문화행사를 준비할 시간은 일주일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선발대 중 일부는 강원 원산시 마식령스키장으로 이동해 공동훈련 시설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정은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히는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회담에서 먼저 제안한 남북교류 이벤트다. 공동훈련은 국가대표 선수를 제외한 스키협회 추천 선수들의 방문으로 진행된다. 17일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1박 2일 일정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선발대가 스키장 인근 숙소 점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선발대는 공동훈련 참가 스키선수들의 항공기 이동을 위해 원산시 인근 갈마비행장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문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갈마비행장은 북한이 지난해 4월 25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군종합동타격시위를 실시한 곳이다. 북한은 또 2016년 6월 이곳에서 무수단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 북한이 남측 선발대 방북 비용 부담할 듯
정부는 현 단장이 이끄는 북측 사전점검단이 서울과 강릉시에서 머문 비용 일체를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충당할 방침이다. 사전점검단뿐 아니라 25일 내려올 북측 선발대, 다음 달 방남할 응원단 등의 체류비를 모두 합쳐 평창 패럴림픽이 끝난 후 국회 의결을 거쳐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북한을 방문하는 남측 선발대의 체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관심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현재 협의 중이지만 상호주의에 따라 남북이 상호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측의 사전점검단과 대표단 체류비를 남측이 지원하는 것처럼 남측 선발대의 체류 비용은 북측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선 남측 선발대 활동 과정에서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는 물론 각종 독자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했지만 위반 논란은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 가령 마식령스키장은 이용료가 1인당 하루에 35달러, 호텔비는 300달러가량으로 북한이 이를 부담하지 않아 남측이 일부라도 지불하면 북한에 현금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
남측 선발대가 북한으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을지도 관심이다. 또 현송월이 한국에 머물며 그랬던 것처럼 스키장과 합동 공연장 시설과 관련해 각종 요구를 자유롭게 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