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나 정치인이 나라를 지키지 않는다. 역사에서 그랬고, 이대로 가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3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7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 참석해 시민들이 정치권을 견제하고 경고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의장은 “한국 정치가 대한민국을 망하지 않게 하고 국가를 지켜야 하는 것은 상식이지만 요즘 이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닐 수 있다는 염려와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놓고 정부에 상식과 원칙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북한의 목표는 분명하다. 김정은은 남북 대화와 평창 참가를 미국의 군사 옵션과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을 피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한 뒤 “어느 한 순간도 우리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불변의 명제는 오직 하나다. 그것은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에 대해 김 전 의장은 “우방과는 진정성을 갖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국내 정치용으로 외교 문제를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으면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는 더 좁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향해선 “준비 안 된 개혁과 혁신보단 (점진적인) 개선과 보완이 낫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은 “정책을 집행할 때 한쪽 면만 보고 계획을 수립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획기적인 처방일수록 예상 못한 부작용이 생기고 반발이 커진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김 전 의장은 “양날의 검과 같다. 일방통행으로 몰아붙인다면 훗날 새로운 적폐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의장은 개헌을 통해 정치권이 혁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 365일 중 320일 문을 열어 휴일을 반납한 채 국정에 매진했던 제헌의회 정신으로 돌아갈 때 국회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살아날 것”이라며 “전 정권과 현 정권 간의 암투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제왕적 대통령’으로 출발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고 마는 1987년 헌법 체제와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으로 권력을 분산하는 길만이 제도적으로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열린 마음, 포용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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