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개통된 경의선(서해선)과 동해선 육로는 남북이 현재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왕래할 수 있는 ‘유이한’ 통로들이다. 짧게는 개성공단 폐쇄로 2년, 길게는 금강산 관광 폐쇄로 사실상 10년간 닫혀 있었지만 양측이 ‘포스트 평창’에서 서로 기대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북측은 21일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을 시작으로 향후 선발대,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 길로 경의선을 택했다. 북측은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서는 “예술단이 판문점을 통해 내려오겠다”고 밝혔다가 추후 변경했다. 개성공단 가동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경의선은 왕복 4차로로 조성돼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는 데 편리하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후 북한이 전면 폐쇄된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하는 건 당장은 먼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북이 경의선을 택해, 개성공단 폐쇄를 재조명하면서 슬쩍 제재 완화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것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단 재가동 자체에 목을 매기보다는 지금의 경제제재를 풀기 위한 마중물로써 ‘제재 구멍’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에 돌연 뛰어든 것도, 잦은 남북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결국 경제적 이유라는 것이다.
정부가 금강산합동문화행사 및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 시설을 확인하기 위해 사전점검단을 보내는 데 이용한 동해선 육로도 ‘평창 이후’ 경제적인 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행사장 시설 점검을 이유로 제반 시설들을 점검하면서 직접 북한 실상을 관찰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향후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관광지역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이 아끼는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 훈련이 성사되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수 있으나 향후 남북회담에서 요긴한 협상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 열린 남북 간 육로들이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유지되려면 결국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어느 시점에서는 비핵화 대화가 시작돼야 하고, 적어도 정부가 전략적인 부분에서 북한으로부터 ‘도발을 중지하겠다’는 전향적 자세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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