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의료지원 혹은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큰 축제에 아주 작은 일부가 되고 기여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제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참에 평창에서 그 맛있는 황태 해장국을 매일 먹을 계획입니다.
명태, 동태, 생태, 황태, 노가리…. 같은 생선이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가지고 다른 맛들을 내기도 힘들 것입니다. 저는 특히 겨울에 눈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 하기를 반복하며 폭신폭신해진 황태로 끓인 국을 제일 좋아합니다. 대학 신입생 때 생맥주 집에서 생전 처음 먹어보고 반한 노가리와의 연애도 아직 지속되고 있죠. 오늘 노래하는 강산에의 노랫말처럼 명태는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노래 되고 시가 되고, 내가 되고 네가 되는” 맛을 줍니다.
저는 인간도 명태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가까이서 보면 전혀 달라 보이지만, 근본과 행복추구의 본능과 의지는 모두 똑같죠.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은 우여곡절과 위기를 극복하고 열리게 됐습니다. 어떤 부분들은 충분한 논의를 통한 합의를 하지 못 하고 시간에 쫓겨 결정되기도 했죠. 안타깝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정해진 규칙에 따라 우리가 함께 최선을 다 해 성공적인 올림픽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린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같은 ‘우리’니까요.
지금은 논쟁을 자제하고 협력해야 할 때죠. 순진한 희망사항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정치는 좀 빠져줘야 합니다. 오랜 노력을 하고 최선을 다 하는 전 세계의 참가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뜨거운 응원을 해야 할 때니까요.
건설적인 논의 혹은 논쟁을 할 때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은 겸손입니다. 내가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안다고 믿었던 것들이 틀렸던 적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죠. 두 번째는 상대방도 나만큼 건전한 의도를 가지고 논쟁을 한다는 전제하에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의 입장과 견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쪽이 이기적인 의도를 가지고 임한다면 건설적인 논쟁은 불가능하죠. 그런 의도를 가진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가능한 것은 서로에 대한 가해, 시간과 힘의 낭비뿐입니다. 얻을 것이 있다면 유효기간이 짧은 상호간의 이득을 위한 협의와 계약이죠. 그런데 나는 자신에게 솔직한 것일까요?
위의 조건들을 보면 북한과의 건설적인 논쟁은 불가능합니다. 독재정권은 겸손할 수 없고, 국민이 아닌 정권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의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상호간의 건설적인 논의를 통한 협력의 또 하나의(?) 시발점이 아니라, 한반도의 긴장을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완화시키고 세계적 축제를 잘 치러내기 위한 협의 혹은 계약입니다. 스포츠에서 “우리는 하나다”라고 어디 한 두 번 외쳐 봤습니까? 그 유효기간이 얼마나 짧은지도. 물론 이 이야기는 정치를 공부하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제 입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하는 것입니다. 제가 틀렸을 가능성이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틀렸기를 바랍니다.
강산에의 ‘명태’는 토속적이고 소박한 한식 재료를 흑인들이 만들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의 펑키한 리듬으로 노래하고, 명태와 가족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명태와 같이 인간도 전혀 다른 것 같지만, 결국 근본은 같다는 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마 그랬을 것 같습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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