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경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용평 알파인스키 경기장을 빠져나오던 평창 겨울올림픽 자원봉사자 허승우 씨(21)는 대관령의 칼바람을 실감한 듯 혀를 내둘렀다. 허 씨는 이날 예정된 여자 대회전 경기가 강풍으로 취소되자 동료들과 함께 철수하던 중이었다. 허 씨는 “바람이 철제 펜스를 넘어뜨리고 살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며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용평 알파인스키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운전사 임상수 씨(63)는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도 바람 많기로 유명한데 대관령 칼바람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복을 입고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대관령의 기온은 영하 13.3도, 바람은 초속 7.4m였다. 새벽에는 영하 15.7도까지 떨어졌고 바람은 초속 10m를 넘나들기도 했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돌았다. 대관령을 포함한 강원 중부 산지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이 같이 세찬 바람은 평창올림픽의 첫 남북 공동응원도 무산시켰다.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열릴 여자 대회전 경기에 남북 공동 응원이 예정돼 있었지만 날씨 탓에 경기가 15일로 연기되면서 응원전도 취소된 것. 응원단은 이날 경기에 출전하는 북한의 김련향과 한국의 강영서, 김소희를 응원할 계획이었다.
북한 응원단은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남북 선수들을 응원했지만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강원본부가 운영하는 한국 측 남북공동응원단은 이 날이 첫 실전 응원이었다.
이날 139명으로 구성된 공동응원단은 원주에서 버스 4대에 나눠 타고 용평으로 오던 중 경기가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북공동응원단 스태프인 김미숙 씨(49·여)는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남북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왔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해 허탈하다. 연기된 날짜에는 다른 경기 응원이 잡혀 있어 응원 인원이 분산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창올림픽플라자 등을 둘러본 뒤 원주로 되돌아갔다.
인제 스피디움에 머물고 있는 북한 응원단은 경기 연기 소식을 접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북한 응원단은 이날 오후 9시 10분 강릉 관동하키센터를 찾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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