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패럴림픽 알쓸신잡

  • 주간동아
  • 입력 2018년 3월 4일 07시 08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친 덕분일까. 평창동계패럴림픽 전체 입장권 22만 장 가운데 98%가 이미 팔려나갔다. 패럴림픽이 올림픽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와 관심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학교가 개학한 이후인 3월 9일 패럴림픽이 개막하는데도 올림픽처럼 중계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국민적 관심이 모이는 패럴림픽의 관전 포인트와 특이점을 알아봤다.

최초, 최대 동계패럴림픽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한 쌍이다. 패럴림픽이라는 명칭 자체가 올림픽과 함께 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60년 로마에서 처음 개최된 이 대회는 처음에는 척수장애를 가진 선수만 참가가 가능했다. 패럴림픽(Paralympic)이라는 명칭도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영어 단어(Paraplegia)와 올림픽(Olympic)을 합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척수장애 외에도 절단 및 기타 장애, 시각장애, 뇌병변 등 다른 장애를 가진 선수들도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은 ‘옆의’ ‘나란히’를 뜻하는 그리스어 전치사에서 유래한 ‘para~’와 ‘올림픽’이 결합돼 ‘올림픽과 나란히 열리는 행사’라는 의미가 됐다.

‘나란히’라는 뜻이 이번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는 새롭게 다가온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북한 대표팀과 함께 출전하는 첫 동계패럴림픽이기 때문. 북한이 참가한 동계올림픽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제외하면 총 8번. 하지만 동계패럴림픽에는 단 한 번도 선수를 내보내지 않았다. 북한의 하계패럴림픽 참가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북한은 2012 런던패럴림픽에 처음으로 선수 1명을 출전시켰고(림주성), 2016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에는 송금정, 김철웅 등 선수 2명을 내보냈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장애인노르딕스키 대표팀 김정현(왼쪽)과 마유철. [BBC 코리아 영상 캡처]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장애인노르딕스키 대표팀 김정현(왼쪽)과 마유철. [BBC 코리아 영상 캡처]

하지만 동계패럴림픽에는 선수가 없다며 참가하지 않았는데 이번 대회에는 노르딕스키 선수 마유철(27)과 김정현(18)이 출전한다. 두 선수는 패럴림픽 경기 출전을 위한 월드컵 포인트는 채우지 못했지만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부여하는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패럴림픽에서는 북한 응원단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남북 간 협상이 있었으나 북한이 파견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온 것.

평창동계패럴림픽은 참가 선수단이 역대 최대 규모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는 2월 26일 “24일 참가 신청을 마감한 결과 총 49개국 570명 선수가 등록해 지난 소치패럴림픽에 비해 4개국, 23명 선수가 더 참가한다”고 밝혔다.

올림픽에 이승훈 있다면 패럴림픽은 신의현


한국 장거리 빙상황제 이승훈(30)은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에서 남자 1500m, 5000m, 1만m, 매스스타트, 팀추월 등 총 5개 세부 종목의 출전권을 따냈다. 이 중 1500m는 출전을 포기했지만 나머지 종목은 예선 및 결승 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이승훈이 이번 올림픽 기간 달린 거리는 총 37km에 이른다. 이승훈에 비견될 만한 선수가 패럴림픽에도 출전한다. 노르딕스키 가운데 장애인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하는 신의현(38)이다. 두 개 경기에 출전하는 것 같지만 스케이트처럼 부문별로 나뉘어 신 선수는 6개 종목의 출전권을 따냈다. 바이애슬론의 경우 스프린트(7.5km), 중거리(12.5km), 장거리(15km) 종목에 출전하고 크로스컨트리는 스프린트(1km), 중거리(7.5km), 장거리(15km) 등이다. 장애인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는 예선전 없이 바로 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6개 종목에 출전하는 신의현의 주행 거리는 총 61km에 달해 이승훈보다 한참 앞선다.

신의현의 주종목은 크로스컨트리 장거리. 지난해 3월 평창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력이 있다. 그렇다고 바이애슬론이 약한 것도 아니다. 1월 4일 핀란드 부오카티에서 열린 월드컵바이애슬론 스프린트 7.5km 남자 좌식 부문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다른 종목에서도 은메달과 동메달 수상 경험이 있다. 신의현이 얼마나 많은 메달을 따낼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종목 수는 적어도 메달 수는 적잖아!


평창동계패럴림픽 경기 종목은 아이스하키, 휠체어컬링 등 빙상 2개와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스노보드 등 설상 4개 등 6개다. 반면 동계올림픽은 여기에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3개 종목과 프리스타일 스키, 노르딕 복합, 스키점프 등 설상 3개 종목이 추가된다. 패럴림픽에는 없는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을 합치면 총 15개 종목이다.

하지만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경기를 따지면 차이는 크지 않다. 올림픽 금메달은 102개고, 패럴림픽은 80개다. 한 종목에 올림픽은 평균 6.8개, 패럴림픽은 13.3개 메달이 걸려 있는 셈. 이는 올림픽이 주로 거리별로 경기를 나누지만 패럴림픽은 여기에 장애등급별로도 나누기 때문이다.

패럴림픽 메달 수상자는 연금을 받을까. 답은 올림픽 메달 수상자와 똑같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메달에 따른 평가점수를 받는다. 이때 획득한 점수가 20점 이상인 경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평가점수는 각각 금메달 90점, 은메달 30점, 동메달 20점으로 같다. 연금액은 금메달이 평생 매달 100만 원, 은메달은 45만 원, 동메달은 30만 원이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8년 11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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