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시상자로 나서는 모습만으로도 많은 걸 전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에게는 ‘나를 봐라. 너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장애인에게 무관심했던 비장애인들에게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황연대 성취상’의 시상자로 나서는 황연대 대한장애인체육회 고문(80)의 말이다. 황 고문은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인생철학으로 삼아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속적으로 이 상에 대한 시상식이 열리도록 이끌고 왔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연대 성취상은 한국 소아마비 여성 중 처음으로 의사가 된 황 고문이 1988 서울 패럴림픽 때 “좋은 곳에 써 달라”며 약 200만 원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기부한 데서 유래했다.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황 고문은 20대부터 장애인 권익운동을 펼쳐왔다. 처음엔 ‘황연대 극복상’이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장애 극복을 넘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더 큰 성취를 이루자는 뜻을 담아 ‘황연대 성취상’으로 바뀌었다.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28세에 소아마비아동특수보육협회를 만들었고, 37세에 국내 최초 장애인 이용시설인 정립회관을 개관했다. 장애인 재활 등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대모’로 불리는 황 고문의 이름을 딴 성취상은 패럴림픽 출전 선수 중 성적, 이념, 종교, 성별, 인종, 국적과 관계없이 장애 극복과 도전 정신을 가장 훌륭하게 실천한 남녀 선수 각 1명에게 수여된다. 최우수선수(MVP)상 격이다. 황 고문은 패럴림픽이 열릴 때마다 현장을 찾아 시상자로 나섰다. 2018 평창 패럴림픽 시상식은 18일 오후 8시부터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 공식행사 때 진행된다.
황 고문에 따르면 1988 서울 패럴림픽에서 첫 시상을 마친 이후 상이 사라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두 번째 시상이었던 1992 바르셀로나 패럴림픽 때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의 제기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황연대 개인이 아닌 장애인 권익 활동을 강조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상은 이어졌다. 황 고문은 “황연대 성취상을 통해 많은 장애인이 더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며, 대외적인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고문은 4년 전 소치 올림픽이 끝나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 북한 사람들이 꼭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번 패럴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면서 그 바람도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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