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15km 동메달… 한국 대회 첫 메달
바이애슬론선 사격 실수로 5위, 눈물 흘린 하루 뒤 메달로 보답
시각장애 아버지 환호 소리에 손뼉, 베트남 출신 아내-친구들도 응원
“이제 시작… 남은 경기서도 최선”
특수부대 복무를 마친 건장한 청년이었지만 2006년 대학 졸업식 하루 전날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어머니에게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몸부림치던 아들이었다. 3년간 방에 틀어박혀 술에만 의지했다. 세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스포츠로 삶의 의지를 되찾은 아들이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신의현(38·창성건설)은 11일 강원 평창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좌식)에서 42분28초9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땄다.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통틀어 한국 선수가 이 종목 메달을 딴 건 처음. 한국의 역대 겨울패럴림픽 세 번째 메달이다.
신의현은 전날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사격) 남자 7.5km(좌식)에서 사격 실수로 5위를 했다. 한국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신의현은 어머니 이회갑 씨(68)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볼을 쓰다듬으며 “잘했어 우리 아들. 메달 안 따도 최고야”라고 했다. 메달을 못 딴 아쉬움에 “다음 경기에선 꼭 메달을 따겠다”고 외치기도 했던 아들은 하루 뒤 메달로 보답했다.
아버지는 그런 아내와 아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신의현의 아버지 신만균 씨(71)는 관중석의 함성과 “신의현”을 외치는 소리가 커져갈 때야 아들의 선전을 바라며 힘껏 손뼉을 쳤다. 주변에 있던 친척의 귀띔을 받고서였다. 신 씨는 60세 이후 질환이 찾아와 시력을 잃었고 현재 시각장애 1급이다.
경기 후 가쁜 숨을 내쉰 신의현은 “초반에 (선두보다) 30초가 뒤진다는 코치의 사인을 보고 이를 만회하려고 계속 달렸다”며 “‘가야 된다’고 주문을 걸면서 팔을 움직였는데 경기 후반에 체력이 떨어졌다”며 경기를 되돌아봤다.
그의 고향인 충남 공주시에서 친척과 친구 30여 명이 찾아와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친구들은 “의현이가 중학교 때부터 농사일을 돕고 칡도 캐다 드리는 등 효자였다”고 전했다. 아들 딸의 손을 잡고 남편을 응원하러온 김희선 씨(30)도 남편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19세에 베트남에서 시집온 그는 시댁의 밤농사를 돕고 틈틈이 한식과 중식 조리사 자격증까지 따며 남편을 살뜰히 챙겼다.
김 씨는 “그동안 훈련을 위해 해외에 나가 외롭게 생활했을 남편만 생각하면 너무 안쓰러웠다”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경기를 마친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의현은 “응원 소리가 커지는 구간으로 들어서면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달렸다”라면서도 “이번 메달은 시작이다. (금메달) 욕심이 난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어머니는 “마음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는데 메달을 따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의현은 메달을 목에 건 뒤 “어제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 눈물이 아니라 땀이었다”며 웃었다.
최종 주자로 나섰던 막심 야로비(우크라이나·41분37초)가 1위, 대니얼 크노센(미국·42분20초7)이 2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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