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크로스컨트리 이도연 당당한 13위
코너 돌다 넘어지기도 했지만 “완주하겠다” 일념 하나로 버텨
“묵묵히 응원해준 어머니께 감사”
“나는 오뚝이다.”
이도연(46·장애인 노르딕스키)이 11일 수없이 되뇐 말이다. 험난했던 지난 삶을 이겨내며 주문처럼 외던 말이었다.
이날 그는 강원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여자 12km(좌식)를 완주했다. 19명 중 공동 13위. 1위 켄들 그레치(미국)보다 7분 이상이 뒤졌다. 2위는 안드레아 에스카우(독일), 3위는 옥사나 매스터스(미국)였다.
누군가에겐 초라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도연에겐 소중한 기록이다. 그는 코너를 돌다가 넘어지기도 했지만 “완주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며 기어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핸드사이클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도연은 첫 겨울패럴림픽 도전을 마감한 뒤 만족감을 표시했다. “실수가 있었지만 정말 죽을 각오로 달렸습니다. 13위는 최선을 다한 결과예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아 기쁩니다.”
12년 전만 해도 이도연의 이런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기간에 이도연은 오로지 ‘세 딸의 엄마’로만 살아왔다. 장애인으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기 삶은 포기한 채 살았다. 그런 이도연을 바꾼 건 어머니 김삼순 씨(70)의 응원이었다.
이도연은 1991년 추락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활기찼던 그의 일상이 매 순간 극복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김 씨는 그런 딸을 다독이고 말없이 품었다. 딸이 옷걸이에 옷을 거는 것조차 힘겹다며 짜증을 부려도 김 씨는 화 한번 내지 않았다.
2006년 탁구를 접하며 이도연이 사회에 나설 때 제일 기뻐했던 것도 김 씨였다. “어머니는 ‘결과는 상관없으니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늘 응원해 줬어요.”
그렇게 이도연의 도전 인생이 시작했다. 이도연은 2012년 장애인전국체육대회에서 창, 원반, 포환던지기 등 3관왕을 차지했다. 2년 뒤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에선 사이클 금메달을 땄다.
한국 노르딕스키의 최고령 선수인 이도연은 이번 대회 남은 5경기도 빠짐없이 완주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진다. 그것이 어머니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어머니 응원 덕에 힘든 과정을 버텼어요. 힘들어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가 표현을 못하는데 어머니 정말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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