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스키-스틱 열정은 세월을 거스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4일 03시 00분


패럴림픽 알파인 노장 60세 베이섬, 2010년부터 출전 통산 은메달 3개
日아이스하키 골리 62세 후쿠시마, 은퇴했지만 동료들 요청에 복귀

마크 베이섬
마크 베이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에는 이 얘기를 실천하는 백전노장들이 주목받고 있다. 핀란드 휠체어컬링 베사 레파넨(67)을 비롯해 9명의 60대 선수가 평창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60대 선수들의 활약은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당시 최고령은 캐나다 컬링 셰릴 버나드(52)였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패럴림픽 역시 상대적으로 격한 동작이 적은 컬링에 노장 선수들이 집중됐다. 대회 최고령 선수인 레파넨을 비롯해 한국선수단 최고령 정승원(60) 등 9명 중 7명이 휠체어컬링 선수다. 1994년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2t 무게의 자재에 깔리면서 하반신이 마비된 정승원은 한국 대표팀 맏형으로 8년 만의 휠체어컬링 메달을 노리고 있다.

미국의 마크 베이섬(60)은 비장애인들도 쉽지 않다는 알파인스키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28세 때인 1986년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부터 꾸준히 출전해 총 3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 2개를 따낸 소치 대회에서는 미국올림픽위원회가 선정한 최고의 남성 패럴림피안이 됐다.

8일 미국 선수단 입촌식 때 한국 전통 탈을 써 화제가 된 베이섬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가이드러너를 따라 활강, 슈퍼대회전(시각장애) 등에 출전했다. 베이섬은 “젊은 선수들과 운동을 하면 나 또한 젊다고 느껴지고 시각장애에 대처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삶의 90% 이상을 스키에 쏟아부으며 은퇴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그는 슈퍼복합 등에서 메달에 재도전한다.

일본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 후쿠시마 시노부(62)도 평창을 빛내는 백전노장이다. 24세 때 오토바이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기 전까지 아마추어 축구팀 골키퍼를 맡았던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부터 2010년 밴쿠버 대회 때까지 일본 팀의 골문을 지켰다.

일본 대표팀이 소치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은퇴했지만 팀 동료들의 요청에 따라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많게는 서른세 살까지 차이가 나는 팀 후배들은 그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믿고 따르고 있다. “이른 아침에 훈련을 하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더 이상 장애인아이스하키를 하지 않으려 한다. 훈련장도 너무 적다.” 따끔한 한마디를 마다하지 않는 호랑이 할아버지가 일본 대표팀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평창=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평창 겨울패럴림픽#백전노장#베사 레파넨#마크 베이섬#후쿠시마 시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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