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강원도 정선알파인경기장.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 1회전 경기를 마치고 대기실로 이동하는 한 선수에게 관중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미소를 지으며 부지런히 두 팔을 움직이던 이 선수의 이름은 한상민(39). 그의 이름과 얼굴이 낯익다.
한상민은 한국 동계패럴림픽의 영웅이다. 11일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km 좌식종목에서 신의현이 동메달을 차지했다는 쾌거가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이것이 대한민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세 번째 메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이 역사적인 첫 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한상민이었다. 한상민은 16년 전인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그의 이름은 장애인 알파인스키를 넘어 대한민국 장애인 스포츠계의 전설로 통했다.
한상민은 한 살 때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가 스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고등학생이 되어서였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스키캠프에 참가했다가 좌식스키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다. 설원을 질주하는 스피드의 매력에 빠진 한상민은 자신의 인생을 스키에 걸기로 작정했다. 1996년 장애인 알파인스키 국가대표가 되어 처음으로 태극기를 가슴에 달았다.
하지만 패럴림픽과는 좀처럼 인연이 이어지지 못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모두 경기 도중 미끄러지는 불운을 겪었다. 스포츠계의 큰 관심과 메달에 대한 기대감도 그의 어깨와 심장을 짓눌렀다. 결국 한상민은 2014 소치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말았다.
8년 만에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평창의 설원에 선 한상민의 얼굴은 밝았다. 11일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 좌식경기에서는 레이스를 마친 19명 중 15위, 13일 슈퍼복합 좌식경기에서는 완주한 14명 중 11위를 했다. 은메달리스트 출신의 성적표치고는 초라하지만 한상민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완주하고 있다. 슈퍼복합은 완주에 실패한 선수가 16명에 달할 정도로 힘든 경기였다.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다. 기량도 체력도 16년 전과 비교할 수 없지만, “이 무대에서 다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는 한상민. 원조스타의 전설은 아직 결승선을 통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