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꼴찌 소녀, 한국 다이빙 가장 높은 곳으로 ‘점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5일 03시 00분


김수지 광주세계수영선수권 깜짝 銅
2012년 14세 출전, 26명중 최하위… 2016년 올림픽은 출전 좌절 시련
1m 스프링보드서 ‘오뚝이 재기’… 박태환 이후 세계선수권 첫 메달
“주종목 3m 스프링보드도 응원을”… 우하람, 1m 스프링보드 4위 선전

다이빙 새 역사 쓰며 ‘입수’ 한국의 김수지가 13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공중 연기를 펼치고 있다. 광주=뉴시스
다이빙 새 역사 쓰며 ‘입수’ 한국의 김수지가 13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공중 연기를 펼치고 있다. 광주=뉴시스
7년 전인 2012년 런던 올림픽엔 245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했다. 당시 14세이던 김수지(21·울산시청)는 한국 선수단 최연소 국가대표였다. 2004년 15세의 나이에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보다 더 어린 나이에 세계무대에 섰다. 그의 이름 앞에 붙은 또 하나의 타이틀은 ‘꼴찌’였다. 여자 다이빙 10m 플랫폼에 출전한 그는 예선에서 215.75점으로 참가 선수 26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금메달을 차지한 천뤄린(중국·예선 392.35점)과는 176.60점 차이가 났다.

어린 나이에 올림픽 무대를 밟으며 주목받았던 김수지는 3년 전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출전도 하지 못했다. 플랫폼 종목과 스프링보드 종목을 함께 준비했지만 두 종목 모두 대표 선발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김수지는 서서히 잊혀지는 존재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긍정의 힘’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묵묵히 훈련을 이겨내 온 김수지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에서 한국 다이빙의 새 역사를 썼다.

김수지는 13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5차 시기 합계 257.20점으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물했다. 1위는 세계 다이빙 최강 중국의 천이원(285.45점), 2위는 미국의 세라 베이컨(262.00점).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장야니(중국·251.95점)가 2차 시기 입수 실수로 일찌감치 메달 레이스에서 탈락한 가운데 김수지는 4차 시기까지 2위를 달렸다. 하지만 마지막 5차 시기에서 베이컨에게 역전을 당했다.

김수지는 수영 역사상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최초의 한국 여자 선수가 됐다. 남녀를 통틀어서는 박태환에 이어 두 번째다. 박태환은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 때는 자유형 400m에서 다시 금메달을 땄다. 종전 한국 다이빙의 세계선수권대회 역대 최고 성적은 2009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 때 권경민-조관훈이 남자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에서 달성한 6위다. 개인전 최고 성적은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작성한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의 7위였다.

한국 다이빙 사상 처음으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수지가 시상식에서 활짝 웃고 있다. 광주=뉴스1
한국 다이빙 사상 처음으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수지가 시상식에서 활짝 웃고 있다. 광주=뉴스1
김수지는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이라니, 나도 믿기지 않는다. 다이빙이 그동안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이었다. 앞으로 팬들께서 다이빙에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 직후부터 8년째 그를 지도하고 있는 권경민 코치는 “2016년 리우 대표팀 선발전 탈락 후 스프링보드에 집중하면서 실력이 크게 늘었다”며 “수지의 장점은 점프다. 유럽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언제나 밝은 수지는 올림픽에 못 간 충격도 잘 극복했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지적도 잘 받아들여 실력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김수지의 눈은 이미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향해 있다. 그는 “18일 열리는 3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닌) 1m와는 차원이 다르다. 잘하는 선수가 많지만 꼭 상위 12명이 오르는 결선에 진출해 올림픽 티켓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다이빙의 간판 우하람은 14일 열린 남자 스프링보드 1m 결선에서 4위에 오르며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4차 시기까지 선두를 달린 우하람은 최종 6차 시기 합계 406.15점으로 3위 펑젠펑(중국·415.00점)에게 8.85점 차 역전을 당했다. 하지만 한국 남자 다이빙 역사상 세계선수권 최고 순위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를 기대하게 했다.

광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수지#광주세계수영선수권#다이빙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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