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마라톤’ 10km 박석현 “나를 이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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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오픈워터 53위 그쳤지만 감격… 꼴찌한 15세 소년에 뜨거운 박수

바다나 강 등 야외에서 5∼25km를 헤엄치는 오픈워터는 ‘수영의 마라톤’이라고 불린다. 마라톤처럼 완주만 해도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박석현(24·사진)과 박재훈(19)은 16일 전남 여수엑스포해양공원 오픈워터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남자 10km를 완주했다. 박석현은 1시간52분47초60의 기록으로 출전 선수 74명 중 53위, 박재현은 1시간56분41초40으로 59위에 자리했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박석현은 “이렇게 긴 거리의 바다 수영을 실전 대회에서 한 건 처음이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내 한계에 도전하며 싸워서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선 또 한 명의 특별한 완주자가 있었다.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세이셸제도에서 온 알랭 비돗 군(15)이다.

대회 오픈워터 최연소 선수인 비돗 군은 74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늦게 결승선 터치패드를 찍었다. 73위로 골인한 크리스토퍼 라우자(크로아티아)보다 10여 분을 더 늦었다.

전광판에 뜬 공식 기록은 제한 시간 초과(OTL·Outside Time Limit), 즉 실격이었다. 1위와 30분 이상 차이가 나면 실격 판정을 받는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가 골인하자 경기 진행요원과 자원봉사자 등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가쁨 숨을 몰아쉬던 비돗 군은 어머니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일주일 전 훈련을 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다쳐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내가 자랑스럽다”며 “아직 어리기에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광주세계수영선수권#오픈워터#바다 마라톤#박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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