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우여곡절 끝에 리우행…에루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0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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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박태환은 올림픽에 나간다. 마라톤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의 귀화는 어떻게 될까.

대한체육회가 에루페의 특별귀화 추천을 거부한 것은 4월 6일이다. 박태환이 이중징계라고 이의를 제기했던 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 않기로 한 것도 이날이다. 두 선수 모두 도핑 전력이 문제였다. 에루페의 귀화를 추진했던 육상 관계자들은 “수영 영웅 박태환도 이중처벌을 받는데 에루페가 아무리 고의성이 없다고 한들 받아주겠냐”며 아쉬워했다.

상황은 약 3개월 만에 180도 바뀌었다. 대한체육회는 8일 ‘박태환이 국가대표로 선발될 자격이 있다’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을 받아 들였다. 징계가 끝난 뒤에도 3년 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자체 규정이 국제 룰에 어긋나는 이중처벌임을 인정한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3개월 전 에루페의 추천 거부 이유로 “치료 목적으로 약을 쓰는 면책특권 제도를 사용하지 않았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징계 때도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루페의 에이전트인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에루페가 관련 규정을 모른 것은 사실이지만 케냐 연맹이 천민 부족 출신인 에루페를 방치했다. 연맹의 도움 없이 선수 혼자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이유로 귀화를 거부할 수는 없게 됐다. 에루페(2년) 역시 박태환(1년 6개월)과 마찬가지로 징계를 마쳤기 때문이다. 금지약물 복용은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죄 값을 치렀는데도 문제 삼는다면 이 역시 이중처벌이다.

에루페는 지난달 청양군청과 4년 재계약을 했다. 백 교수는 “귀화가 안 되면 추가 계약을 안 하기로 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이 팀 소속으로 뛰어난 활약을 했기에 계약을 연장했다. 에루페도 한국과의 소중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무더기로 겨울 종목 선수들을 귀화시키고 있다. 그 가운데 에루페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선수는 없다. 자국에서 대표로 선발되지 못해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과의 인연도 찾기 어렵다.

반면 에루페는 2011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을 시작으로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까지 출전한 6개 국제대회가 모두 국내 대회였다(전부 우승). 상금이 더 많은 대회의 초청도 마다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는 평소 “선수 은퇴 뒤에도 지도자로 일하며 한국 마라톤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과거 일부에서 문제 삼은 경기력은 이미 검증됐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 우승기록은 역대 국내 최고이자 현재 세계 6위인 2시간5분13초다. 한국 마라톤은 2011년 정진혁(한국전력)이 2시간9분28초를 기록한 뒤 10분대 선수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 출신에 문호를 개방하면 한국 마라톤은 희망이 없다”고 하는 일부 마라톤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과연 한국 마라톤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했냐고. 지도자를 하면서 국제대회 우승자 한 번 배출한 적이 있었냐고.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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