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은 발이 끌렸고요, 둘째 날은 눈이 감겼어요. 다음 날엔 어지럽더니 마지막 날에는 일어나 눈을 떠보니 천장이 움직여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었어요.”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귀국 후 바로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MW챔피언십 대회 동안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제16회 하이트진로챔피언십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때였다. 수척한 얼굴로 등장한 전인지는 시차와 피로 누적에 따른 탈진 증세로 BMW챔피언십 4라운드를 기권한 뒤 사흘 동안 병원 신세를 지며 링거를 맞았다.
전인지는 자신의 메인스폰서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에 한국과 미국, 일본의 3대 투어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각오를 묻는 질문에 전인지는 “성적보다도 늘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소속사의 은혜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게 부담이 되는 듯 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김효주(롯데)는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끝난 마라톤클래식을 마친 뒤 이날 오후 귀국해 23일부터 1라운드에 나선다. 지난해 KLPGA투어 6승을 거둔 김효주는 올 시즌 미국LPGA 투어를 돌면서도 국내 대회 타이틀 방어를 위해 태평양을 넘나드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에 출전했다 기권했던 김효주는 이달 초 충분한 휴식 후 출전한 국내 투어 금호타이어오픈에서는 우승했다. 하지만 그 다음주 US여자오픈에서는 프로 데뷔 후 첫 예선 탈락의 성적을 남겼다.
이번 대회를 마친 뒤 영국으로 출국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 나서는 전인지와 김효주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힘들 때가 많다. 스케줄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 선수 보다 앞서 한국과 미국 투어를 두루 경험한 서희경(하이트진로)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난 별명이 잠순이라 비행기만 타면 푹 자면서 시차를 극복했다. 중요한 건 어떤 대회에 나가고 안나갈지 잘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는 “특급 스타는 흥행 카드가 분명하지만 출전만이 능사는 아니다.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자칫 선수들의 큰 부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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