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치욕의 0-7 완패
140km 초반대로 구위 떨어진 金… 4이닝도 못 버티고 3실점 강판
7회엔 쐐기 3점홈런 얻어맞아… 무기력한 타선 산발 5안타 그쳐
한국, 일본과 2승1패 공동 2위
어떤 종목이든 한일전은 뜨겁다. 국제대회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는 “가위바위보를 해도 일본에는 지면 안 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한국에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팀이 있다. 바로 대만이다. 1992년 국교 단절 후 대만 선수들은 종목을 불문하고 한국과 상대하면 엄청난 투지를 불태운다. 특히 대만이 국기로 생각하는 야구에서는 끈질기게 한국을 괴롭혀 왔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19 프리미어12에서 ‘난적’ 대만에 다시 한 번 발목을 잡혔다. C조 1위 한국은 12일 일본 지바 조조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2위 대만과의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투타에 걸쳐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0-7로 완패했다. 한국은 지난주 조별리그 이후 이어오던 연승 행진도 ‘4’에서 마감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예선에서 실업 선수 중심의 대만에 진 데 이어 최근 두 번 연속 대만에 패했다.
슈퍼라운드 순위도 혼전에 빠졌다. 같은 날 호주를 3-0으로 완파한 멕시코가 3승으로 단독 선두에 오른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2승 1패로 공동 2위가 됐다. 일본 역시 같은 날 미국에 3-4로 졌다.
전날까지 2패로 벼랑까지 몰렸던 대만은 1승 2패로 기사회생했다. 이번 대회에는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데 한국과 대만, 호주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팀이 아시아·오세아니아 대표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는다. 이날 현재 호주는 3패로 사실상 경쟁에서 멀어졌다.
한국으로서는 믿었던 왼손 에이스 김광현(SK)의 부진이 뼈아팠다.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3과 3분의 1이닝 8안타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7일 캐나다와의 조별리그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을 때의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평소 150km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김광현이지만 이날은 직구 대부분이 140km대 초중반에서 형성됐다. 가장 빠른 공이 147km에 머물렀다. 2회 2사 1루에서 9번 타자 가오위제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해 첫 실점했고, 1번 타자 후진룽에게 또 적시타를 맞았다. 4회 한 점을 더 내준 김광현은 4회를 채 버티지 못했다. 김광현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결승에서도 대만을 상대로 5와 3분의 2이닝 3실점으로 고전했다.
타선 역시 5안타 무득점의 빈공에 시달렸다. 1회말 1사 2, 3루 황금 찬스에서 박병호(키움)가 중견수 뜬공, 김재환(두산)이 삼진으로 물러난 게 뼈아팠다. 일본 오릭스 소속의 대만 오른손 선발 투수 장이는 초반 위기를 무사히 넘긴 뒤 6과 3분의 2이닝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한국은 이틀을 쉰 뒤 15일 멕시코, 16일에는 일본과 각각 상대한다. 두 경기 모두 잡아야 자력으로 17일 열리는 결승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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