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중국 2-0 꺾고 조 1위 16강
출전 자청 손흥민, 1도움-PK 유도… 공격 빨라지고 상대 수비는 분산
실책 줄고 크로스도 정확해져… 이타적 플레이로 공수 양면 큰 몫
‘손을 쓰니’ 달라졌다. 59년 만의 우승으로 가는 길이 한결 넓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53위)이 17일 끝난 중국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중국을 2-0으로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약체 필리핀(116위)과 키르기스스탄(91위)을 상대로 한 골밖에 뽑지 못했던 한국은 최근 A매치 2경기에서 1무 1패로 뒤졌던 중국(76위)을 상대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며 이번 대회 처음으로 멀티 득점을 기록했다.
2차전에서 필리핀을 3-0으로 대파하고 기세가 등등했던 중국은 비기기만 해도 조 1위가 되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필리핀을 상대로 2골을 넣었던 우레이(상하이 상강)가 부상으로 빠져 어느 정도의 공격력 약화는 예상됐지만 손흥민(토트넘)이 합류한 한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5일의 휴식을 얻었고, 무엇보다 아시아 최고 랭킹이자 숙적인 이란(29위)을 결승 때까지 만날 일이 없어졌다. 조 2위였다면 8강에서 이란과 대적할 가능성이 높았다. 한국은 이란과의 상대 전적에서 9승 8무 13패로 열세다. 최근 5경기에서는 1무 4패에 그친다. 2017년 8월 국내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간신히 연패에서 벗어났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보여준 모습은 4년 전 호주 아시안컵과 비슷하다. 당시 ‘55년 만의 우승’을 외쳤던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 오만, 2차전 쿠웨이트 등 약체를 상대로 고전하면서(각각 1-0 승리)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3차전에서 개최국 호주를 무너뜨리고 조 1위를 차지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비록 결승에서 다시 만난 호주에 패해 우승은 놓쳤지만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에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70, 80%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어이없는 슈팅이 많았고 실책도 잦았다. 중국을 상대로는 달랐다. 골 결정력이 크게 좋아졌고 실책은 줄었다. 크로스 성공률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표 참조).
한국의 달라진 모습에 대해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흥민 효과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투입되면서 공격 속도가 빨라졌고, 중국의 수비진이 손흥민을 막는 데 주력하면서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다른 공격수들의 경기력까지 좋아졌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공격이 상대를 압도하면서 수비까지 안정돼 ‘공수 양면’에서 상승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하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손흥민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손흥민은 지난해 아시아경기를 기점으로 한결 성숙해졌다. 자기중심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체력 저하와 부상에 대한 부담까지 덜었다. 계량화되지 않은 심리적인 부분이 팀 전체 분위기를 바꿨고, 이는 앞으로 만날 상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트넘에서 강행군을 이어가다 14일 대회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로 날아온 손흥민은 대표팀에 합류한 지 사흘 만에 중국전 선발 출전을 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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