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허브’로 통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는 아시아 여러 국가 대사관이 모여있다. 각국을 대표해 UAE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간혹 모여 교류를 나눈다.
최근에는 축구 관련 대화가 부쩍 늘었다. 아시아 최고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는 2019 아시안컵이 UAE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23일 아부다비의 주UAE한국대사관에서 만난 박강호(60) 주UAE 대사는 “아시안컵 참가국 대사들끼리 축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중국, 필리핀, 호주, 일본 등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국가의 대사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각국 축구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대사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박 대사는 한국 대표팀이 우승권으로 분류되는 덕분에 후한 대우를 받는 편이다. “(대부분) 한국, 일본, 이란 정도를 우승 후보로 꼽고 있다”는 박 대사는 “나는 우승 후보 대사”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 대사는 베트남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박항서 매직’을 UAE에서 간접 체험하고 있다. 베트남 대사는 박 대사만 보면 한국 칭찬을 늘어놓느라 바쁘다. 박 대사는 “특히 베트남 대사가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 박항서 감독 때문이다. 한국이 이기면 베트남이 이기는 것처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이탈리아(2등 서기관), 프랑스(1등 서기관), 영국(참사관) 등을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박 대사는 2016년 4월부터 주UAE 대사직을 수행 중이다. 한국과 UAE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와 1만3000여 교민의 안전을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박 대사는 “2009년 우리가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이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형성됐다. 원전 분야에서 국방, 의료 등으로 확대되는 중”이라면서 “지난해 3월 양국 관계가 특별 관계로 격상됐다. 앞으로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양국 관계는 상호 도움이 돼야 한다.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 상호 유익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윈윈(Win-Win)해야 한다. UAE는 자본과 자원이 있고, 한국은 기술과 고급 인력이 있다. 양국이 서로 필요로 하는 중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결합하면 양국 관계 협력 잠재력은 더욱 커진다.”
아시안컵 기간에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문화 행사 개최로 교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것 역시 대사관이 할 일이다.
박 대사는 “여기는 치안이 엄격해서 관공서, 왕궁 사진을 찍으면 잡혀간다. 음주가 금지된 나라이니 이런 행동들도 하면 안 된다”면서 “아시안컵 기간 동안 대사관 현장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를 관람하는 교민이나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께 사고가 나면 안 되니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UAE에는 1년에 한 번씩 교민들이 참가하는 큰 행사가 있다. 11월에 개최되는 대사배축구대회다. 호응도가 높아 참가 인원만 1000명에 육박한다. “한인들의 단합과 화합을 위한 것”이라고 소개한 박 대사는 “아부다비 동호회, 두바이 동호회, 바라카팀, 한수원팀, 아크부대팀 등이 참가한다. 아크부대와 한수원팀이 참 잘 한다. 작년에는 대사관팀도 출전했는데 꼴찌를 했다”고 껄껄 웃었다.
박 대사는 지금까지 한국이 치른 4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지켜봤다. 남은 경기 역시 직원들과 경기장을 찾을 계획이다. 손흥민(토트넘)의 팬이었던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황의조(감바 오사카), 김민재(전북)에게도 푹 빠졌다.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 박 대사는 아부다비에서 태극전사들이 새 역사를 쓰길 간절히 기원했다.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아부다비에서 일어나기를 염원한다. UAE와 한국의 관계가 긴밀해지는 시점에서 우리가 아시안컵 우승을 한다면 스포츠 분야에서 좋은 일이 될 것이다. UAE내에서 한국 스포츠 이미지와 위상이 더욱 잘 알려지고, 이를 계기로 두 국가가 더욱 가까워지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