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축구의 중원을 책임졌던 베테랑 기성용(30·뉴캐슬),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이 태극마크와 이별을 앞뒀다. 이청용(31·보훔)도 국가대표를 이어가는 것에 고민하는 모습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도전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한국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59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렸던 한국의 도전은 끝내 무산됐다.
한국이 8강전에 탈락한 뒤 구자철은 취재진과 만나 “대표팀 생활의 마지막”이라면서 “아쉽다. 우승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임했는데 이뤄내지 못했다”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앞서 햄스트링 부상 재발로 소속팀으로 돌아간 기성용도 자신의 SNS에 영어로 ‘하나님 고맙습니다. 마침내 끝났네요’라는 글을 올려 대표팀 은퇴를 암시했다.
사실 기성용과 구자철은 지난해 여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 국가대표 생활을 마치는 듯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새로 부임한 뒤 둘과 면담을 나눴고 이번 대회에 함께 했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마음을 다시 잡고 아시안컵에 출전했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기성용은 대회 첫 경기에 부상을 당하면서 대회를 조기에 마쳤고 구자철은 대회 내내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청용은 카타르전 뒤 은퇴에 대한 질문에 “이 자리에서 말하긴 어렵다. 좀더 생각을 해봐야될 것 같다”면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셋은 지난 2008년에 10대 시절 국가대표에 데뷔해 10년 넘게 한국의 중원을 책임졌다. 셋은 지난 시간 동안 3번의 월드컵과 3번의 아시안컵에서 활약했다. 또한 영국과 독일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으면서 한국 축구를 대표했다.
존재감이 컸던 이들이 떠나게 되면 벤투 감독은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 벤투 감독은 팀의 전술적, 정신적으로 중심 역할을 했던 셋의 빈자리를 메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셋 중 최근 대표팀에서 큰 영향을 발휘했던 기성용의 역할은 황인범(23·대전)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험 부족을 나타내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기술이 탁월하고 축구 지능이 높아 충분히 성장 가능하다. 경험이 쌓인다면 기대 할 만한 재능이다.
구자철과 이청용이 맡은 2선 미드필더에는 기존의 손흥민(27·토트넘), 이재성(27·홀슈타인 킬), 황희찬(23·함부르크)이 메울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부상에서 복귀한 권창훈(25·디종)과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한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 부상으로 낙마한 나상호(23·FC도쿄) 등 후보들이 많다.
또한 올 시즌 유럽에서 1군 무대에 출전,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백승호(22·지로나), 정우영(20·바이에른 뮌헨), 이강인(18·발렌시아) 등도 기대해볼만하다.
그동안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면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셋의 빈 자리는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김영권(29·감바 오사카), 이용(33·전북) 등이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팀은 오는 9월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을 시작한다. 그 전까지 벤투 감독으 3월과 6월 각각 두 차례씩 A매치를 치를 수 있다. 벤투 감독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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