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200점보다 빛났던 여왕의 도전

성공적이면서도 완벽한 복귀. ‘피겨퀸’ 김연아가 10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아이스 스포르트젠트룸에서 열린 NRW 트로피 시니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열정적인 표정으로 열연하고 있다. 사진캡처｜SBS ‘NRW트로피’ 중계화면 캡처

김연아 NRW대회 우승 ‘화려한 복귀’

밴쿠버 금메달 후 목적 잃고 상실감 빠져
은퇴-연장 깊은 고민 끝 새로운 도전 결심
20개월 공백 무색…완벽한 무대 보여줘

‘201.61점(쇼트프로그램 72.27점+프리스케이팅 129.34점)’ 김연아(22·고려대)가 8∼10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아이스스포르트젠트룸에서 막을 내린 NRW트로피대회에서 무려 200점을 돌파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년 8개월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완벽한 모습으로 성공적 복귀무대를 가졌다. 그러나 김연아가 받은 결과보다 더 빛났던 것은 그녀의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이다.

○올림픽 금메달 그 후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일곱 살 때부터 15년간 올림픽 1등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달려왔고 가장 큰 무대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승리를 쟁취했지만, 가장 큰 영광을 안은 순간 피겨스케이터로서의 목적을 잃어버리면서 깊은 상실감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의욕을 잃으면서 말도 하기 싫고, 사람도 만나기 싫고, 정신적으로 정말 힘 들었다”고 고백했다. 김연아는 이후 2010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공식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은퇴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피겨 퀸’

현역생활 은퇴와 연장의 기로에 선 김연아의 고민은 계속됐다. 사실 한순간에 선수생활을 정리할 수 없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어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만 알고 살았고,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들의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공백기에도 아이스쇼를 통해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다가가려 했고,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앞장섰다.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며 ‘인간’ 김연아로서의 삶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의 시간이 길어지자 그녀는 점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수생활을 계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CF계 블루칩’이라는 사실이 비난 받았고, 충실히 이행했던 교생실습기간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현역 연장, 새로운 도전

그렇게 흘러버린 시간이 1년 8개월이었다. 김연아는 올해 7월 오랜 침묵을 깨고 2014소치동계올림픽까지 현역 연장의 뜻을 밝혔다. 예전의 명성을 재현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유종의 미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녀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선수로 종착역을 소치올림픽으로 정하고 대회가 끝나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에 도전해 또 다른 시작을 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5개월 뒤 김연아는 NRW트로피를 통해 선수로 돌아왔다. 공백이 믿기지 않는 빼어난 기량으로 전 세계인을 다시 놀라게 했다. 그러나 보이는 성적보다 중요한 대목은 극심한 부담감을 떨쳐내고 다시 은빛 링크에 섰다는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그녀의 도전은 박수 받아 마땅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 동영상 = 김연아, “점프 실수 체력문제 아냐…목표는 소치 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