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쁜 숨을 몰아쉬던 ‘피겨 여왕’ 김연아(23·올댓스포츠)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관중석도 순간 술렁거렸다. 15일 캐나다 온타리오 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김연아는 2년 가까운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점수가 발표되자 유럽 스포츠채널 ‘유로스포트’의 중계진은 “이렇게 점수가 낮다니 매우 놀랍다”면서 “10점을 더 받아야 마땅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AFP통신은 김연아에 대한 관중과 심판진의 엇갈린 반응에 대해 “심판진은 김연아의 연기에 깊은 인상을 받지 않은 것 같지만 관중은 달랐다”고 전했다. 김연아는 개최국인 캐나다 선수를 제외하고는 이날 유일하게 관중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김연아는 기술점수 36.79점, 예술점수 33.18점을 받아 합계 69.97점으로 1위에 올랐다. 카롤리나 코스트네르(66.86점·이탈리아)가 2위에 올랐고 일본의 아사다 마오(62.10점)는 6위에 그쳤다.
해외 언론들은 심판들이 유독 김연아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고 지적했다.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롱에지(Wrong Edge·잘못된 에지 사용) 판정을 받았다. 스케이트 날 밑에는 홈이 파져 있고 이렇게 갈라진 날은 안쪽 에지와 바깥쪽 에지로 나뉜다. 기술에 따라 어느 쪽 에지를 써야 되는지가 정해져 있다. 김연아는 안쪽 에지를 써야 하는데 바깥쪽 에지를 썼다는 판정을 받았다. 김연아는 이 롱에지 판정으로 0.20점 감점을 받았다. 2008년 그랑프리 대회에서 같은 점프로 롱에지 판정을 받은 이후 5년 만이다. 반면 경쟁자들은 후한 점수를 받았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두 발을 동시에 착지했다. 감점 요인이지만 오히려 0.14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코스트네르도 점프할 때 넘어졌지만 33.85점의 예술점수를 받았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딴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받았던 33.80점보다 높다.
판정 논란 속에서도 1위에 오른 김연아는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감점을 받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17일 오전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하는 24명의 선수 중 마지막으로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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