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권의 표현력으로 관록의 V, 압권의 227.86점, 소치 올림픽을 향해 만전(萬全)….’
일본 신문들의 제목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24)를 바라보는 일본 언론의 복잡하고 심란한 심경을 잘 보여 주고 있다.
6일 일본 언론은 전날 열린 피겨 종합선수권에서 227.86점이라는 고득점으로 우승한 김연아의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기사들은 모두 김연아의 뛰어난 실력과 높은 점수를 인정하면서도 자국 선수 아사다 마오(24)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스포츠닛폰은 “김연아가 소치 올림픽에서 비원의 금메달을 노리는 아사다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호치도 “마지막까지 아사다의 길을 막는 벽이 됐다”고 전했다.
○ 일본 언론도 인정한 ‘여왕’ 김연아
주니어 시절부터 라이벌이던 김연아와 아사다는 다음 달 소치 올림픽에서 10여 년간 이어져 온 긴 대결에 마침표를 찍는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올림픽이 선수로서 마지막 대회다.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김연아와 아사다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김연아는 선수 복귀를 선언한 2012년 여름 이후 출전한 5차례의 국내외 대회에서 모두 200점을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아사다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불안한 모습이다.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2차례 우승했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일본선수권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3위(199.50)에 그쳤다. 일본 언론도 김연아를 ‘세계 최고’로 인정하고 있다. 스포츠닛폰과 산케이스포츠는 김연아를 ‘여왕’이라고 칭했다. 미국 NBC스포츠도 이날 ‘YUNA-nimous!’라는 제목을 뽑으며 김연아의 연기를 극찬했다. ‘YUNA-nimous’는 김연아의 영어 이름 YUNA와 만장일치를 뜻하는 ‘unanimous’의 합성어다.
○ 사라진 라이벌
국내 피겨 전문가들은 “아사다는 더는 김연아의 라이벌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한 피겨 심판은 “점점 수준 차가 벌어지고 있다. 점프와 몸놀림 등 모든 부분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판도 “점프 하나만 봐도 김연아가 프로 배구 선수 같은 점프를 한다면 아사다는 학생의 점프를 한다”고 평가했다.
김연아를 이길 비책으로 아사다는 대회마다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를 하고 있다. 기본 점수 8.50점짜리 고난도 점프다. 하지만 회전수가 부족하거나 착지가 불안해 감점을 받기 일쑤다.
아사다가 소치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한다 해도 승리는 김연아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는 등 무결점 연기를 하며 73.78점을 받았다. 곧이어 연기에 나선 김연아는 78.50점을 받았다.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에서도 2차례나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켰지만 승자는 역시 김연아였다. 결국 합계에서 김연아는 228.56점을 받아 205.50점을 받은 아사다를 20점 이상 차로 크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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