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나앉을수도 있다는 두려움-절박함, 그것이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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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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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자양분 “고맙다 역경”
“졸업장보다 땀”… 김효준, 동양인 첫 BMW 본사 임원에
사시 수석도 여자는 NO? 편견 깨뜨린 김소영 부장판사

100인은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기까지 많은 벽을 넘어서야 했다. 도중에 넘어지거나 잠시 주저앉기도 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10년 뒤를 바라보는 이들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웠던 환경이 ‘위장된 축복’으로 나를 가르쳤다”며 지난 시절의 역경을 오히려 고마워한다.

○ 가난과 불신의 벽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어린 시절 지긋지긋한 가난을 자양분으로 삼았다. 열한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서울 청계천변에 지은 무허가 판잣집에서 외할머니, 어머니, 동생 3명과 함께 살았다. 판잣집마저 철거돼 쫓겨나자 천막을 치고 지내기도 했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17세 때 은행에 취업했다. 김 차관은 “당시 분수에 맞지 않게 큰 꿈, 죽어라 부렸던 열심, 낙관적인 마음자세가 삶의 돌파구가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난 덕분에 가진 것 없고 덜 배운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사는 모습에서 삶을 배웠다”고 말했다.

자원순환업체인 엔바이오컨스 성일종 대표는 국내 환경산업의 ‘황금 손’으로 꼽히지만 국내 환경기술을 불신하는 분위기 탓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 환경산업은 해외 기술을 비싼 값에 사오는 수준이었다. 당시 세계 환경산업을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은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전 재산을 담보로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는 기술 개발에 몸을 던지자 주변의 시선은 냉담했다. 성 대표는 “노숙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절박함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학력과 편견의 벽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40세 때 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당시 그는 BMW코리아의 고졸 출신 전무였다. 6년 뒤 그는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BMW 본사의 임원이 됐다.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는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고졸이라는 꼬리표 탓에 그에게 휴일은 사치였다. 대학 졸업장에 주눅들 때마다 “나는 집안이 어려워서 공부를 못했을 뿐 더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김 대표는 “너무나 힘들었던 수많은 지난 과정을 떠올리면 웬만한 어려움에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는 ‘금녀(禁女)’라는 편견을 돌파한 대표적인 여성 법조인으로 꼽힌다. 김 부장판사는 “대전지법에서 단독판사로 일할 때 형사단독 판사를 여러 차례 지원했지만 그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제29회 사법시험에서 수석 합격할 만큼 능력을 갖췄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법원에서 여자 판사의 위치를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이후 김 부장판사는 그동안 여자 판사들이 맡지 않았던 지원장, 전속 재판연구관 등의 자리에 도전했다. 여자 판사를 바라보는 법원 안의 고정된 시각을 개선해야겠다는 사명감이 그를 ‘법원의 여성 개척자’로 일으켜 세웠다.
▼ ‘좌절’을 맛 본 서른여섯, 독립야구팀 구단주 새 도전 ▼


■ ‘될성부른 2030’ 20인

올해 선정된 100인 중에는 될성부른 인재들이 눈에 띈다. 아직 해당 분야 대표주자로 자리 잡지는 않았지만 10년 뒤가 기대되는 20, 30대 ‘젊은 100인’이 20명에 이른다.

김재원 용산경찰서 과학수사팀 현장반장(31·경위)은 한국 과학수사의 제일선에서 활약하는 30대 경찰이다. 김 반장은 여성으로는 드물게 과학수사 현장업무에 투신했지만 자비로 과학수사 선진국인 미국에 연수를 다녀왔을 정도로 열의가 넘친다. 특히 잠재지문 채취 분야에서 남다른 재능과 탐구심을 보인다. 그는 이론과 실무가 동떨어져 있는 과학수사 분야에서 10년 뒤 현장에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연구를 깊이 있게 하겠다는 각오다.

허민 나무인터넷 대표이사 겸 고양원더스 구단주(36)에게는 ‘벤처 성공신화’, ‘독립야구팀 구단주’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서울대 최초의 비운동권 총학생회 회장으로 유명해졌지만 2001년 게임회사 ‘네오플’을 세워 내놓은 게임 18개가 모두 실패해 벤처기업인으로 좌절부터 맛봤다. 2005년 액션게임 ‘던전앤파이터’가 성공해 신화의 주인공이 된 그는 10년 뒤 세계 인재들이 함께 일하는 인터넷기업 경영자의 꿈을 꾸고 있다.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27)는 중학교 2학년 때 사업을 시작한 경력 13년차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2009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가 25인’에 꼽혔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눈높이위원회 자문위원 영입 하루 만에 “현업에 매진하겠다”며 사퇴했다. 10년 뒤 로봇이나 생체신호 분야에서 창업하고 후배들을 위한 재단을 세울 계획이다.
■ 특별취재팀 명단

▽팀장 이진 경제부 차장 leej@donga.com  
▽주말섹션O2팀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치부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산업부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문화부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오피니언팀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인력개발팀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사회부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사회부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김태원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4학년  
▽송지은 인턴기자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졸업  
▽이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재학  
▽이용우 인턴기자 동국대 법학과 4학년
  
#한국을빛낼100인#성공자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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