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골프를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 무렵의 집 앞 바닷가가 떠오른다. 오전 5시에 일어나 모래사장을 골프장 벙커로 생각하며 벙커샷을 연습했다. 학교 가기 전까지 하는 연습의 마무리는 아버지와 함께 해변을 5km 뛰는 거였다. 내 방 벽에는 ‘오늘 해야 할 일’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앉았다 일어나기 300번, 팔굽혀펴기 100번…. 내 자식들한테는 시키고 싶지 않은 훈련이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했다.
2010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GC에서 열렸던 메이뱅크말레이시아오픈 마지막 홀을 잊을 수 없다. 극적인 승부 끝에 대선배 최경주 선수를 이기고 우승했던 그 순간. 언제나 내가 해야 할 일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내 주제에 좀 우습지만 자만심을 가장 경계한다. 항상 초심을 잊지 않겠다. 아버지 곁에서 달렸던 그 바닷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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