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상당히 공을 들였다.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교황 방한을 요청한 것만 다섯 차례에 이른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착좌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통해 한국 방문을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는 한국과 교황청 양국의 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방한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달 부활절 대축일에 한국과 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세계가 기도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두 달 뒤인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방한 요청 친서를 교황청에 전달했다.
그해 10월 2일 박 대통령은 방한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省) 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을 청와대로 초청해 “교황청에서 현재 124위의 한국 순교자에 대한 시복 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결정이 빨리 이뤄져 우리 순교자들의 정신이 소중한 유산으로 기려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하셔서 직접 시복식을 해주신다면 우리 천주교민들에게는 굉장히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거듭 방한을 요청했다.
이에 필로니 추기경은 “교황님은 한국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을 꼭 오시고 싶어 한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고대하고 있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시 필로니 추기경은 “교황님이 박 대통령께 아주 특별한, 특별한, 특별한 선물(special, special, special gift)을 드리라고 했다”며 진주 묵주를 전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해 12월 19일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직접 집전한 한-교황청 수교 50주년 기념 경축미사에 감사 서한을 보내며 다시 한 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
올해 1월 한국 가톨릭계에는 큰 경사가 있었다.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이 새 추기경에 임명된 것이다. 2월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염 추기경의 서임식에 동행한 조현재 문체부 제1차관은 박 대통령의 네 번째 친서를 교황청에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3월 1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염 추기경 등 가톨릭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관련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주 한국 겸 몽골 교황대사)와 강우일 조규만 주교 등이 참석했다. 교황청은 석 달 뒤인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무교’지만 가톨릭과 인연이 깊다. 박 대통령은 가톨릭 재단인 성심여중고와 가톨릭 예수회가 운영하는 서강대를 졸업했다. 1965년 성심여중 시절 영세를 받았다. 영세명은 ‘율리아나’로 율리아나는 13세기 평생 약자를 보살피며 자선활동을 해온 이탈리아의 성녀(聖女)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에는 성심여고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서강대 홍보 광고에 출연하는 등 가톨릭 재단 학교에 대한 애정을 보여 왔다. 2012년 성심여고를 방문한 자리에선 “성심을 다니면서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훗날 어렵고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다. 제가 꿈꾸는 교육도 성심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모델로 삼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안에서도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가톨릭에 대한 대통령의 애정이 매우 각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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