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꽃동네는 지금 교황맞이에 한창… 교황 지나는 길목에 꽃동산 만들고
정성껏 만든 수공예품 선물도 준비, 충북도-음성군, 다양한 지원책 마련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충만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오시니까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 역시 사랑의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소 낮은 곳을 찾아다니시던 교황님이 이곳을 직접 찾아주신다니 참으로 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9일 오후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인 충북 음성 꽃동네 안에 있는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인 ‘희망의 집’ 기도실. 식사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 이 곳에서 기도하는 것이 일상인 강민희 (가명·61·여) 씨는 8월 교황의 방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꽃동네에서 20여 년째 생활하고 있는 그는 “가톨릭의 가장 큰 어른을 뵙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스스로 발걸음 해 주시니 정말 영광이다. 희망의 집 식구들을 비롯해 꽃동네의 모든 구성원이 매일 교황님의 무사 방문을 기원하는 기도를 간절히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려졌다가 가톨릭 성직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속에 4000여 명이 살고 있는 음성 꽃동네가 요즘 시설의 이름처럼 활짝 피고 있다. 이곳 수용인은 물론 이들을 돌보고 있는 신부와 수녀, 수사, 자원봉사자들 모두 교황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기 때문이다.
꽃동네 사람들은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교황맞이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교황의 동선(動線)은 특급 보안사항이라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문이 확정된 시설 등에서는 교황을 맞기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기자가 찾은 9일에도 ‘태아 동산’에서는 교황이 직접 기도를 올릴 아담한 ‘기도단(壇)’을 설치하고, 낙태로 숨진 아기들을 상징하는 작은 나무 십자가를 정비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근 대강당에서는 교황이 전국의 남녀 수도자 4300명을 만나 기도를 하고 대화를 하는 것에 대비해 자리 배치 등 예행연습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교황이 지나가는 길 곳곳에는 수용자들이 정성껏 꽃동산을 만들고 있다. 희망의 집에서는 중증 장애인들이 그동안 정성껏 그린 그림과 다양한 수공예 작품을 교황이 잘 볼 수 있도록 설치하고 있다.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들도 경호 준비를 위해 시설을 둘러봤다.
일부 수용자들은 교황에게 직접 건넬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음성 꽃동네 홍보를 맡고 있는 박마테오 수사(53)는 “한 장애인은 교황님 방문 소식을 듣자마자 얼마 안 되는 장애연금으로 오색실을 사서 교황님 얼굴을 수놓고 있다”고 말했다. 꽃동네는 장애인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선물로 전달할 계획이다.
교황은 8월 16일 꽃동네에서 3시간 동안 머물 예정이다. 꽃동네 측은 화려한 행사보다는 교황의 평소 행보에 어울리게 소박하게 맞이할 계획이다. 교황이 꽃동네에서 신도와 일반인들을 직접 만날 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모든 움직임은 화면을 통해 3만여 명으로 예상되는 참석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충북도와 음성군도 교황 방한을 앞두고 분주한 분위기다. 충북도는 ‘행정지원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의전, 도로, 교통, 환경, 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차질 없이 교황방문을 수행할 계획이다. 교황의 꽃동네 방문일이 토요일인 데다 여름휴가 기간이어서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꽃동네 주변 도로 개선과 주차장 확보 등을 하고 있고,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대형 햇빛 가림막을 설치한다.
지원실무 책임자인 신찬인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정부 차원에서 교황 영접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충북을 방문하시는 만큼 교황께서 좋은 인상을 받고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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