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차 안타는 교황 지켜라”… 광화문에 4.5㎞ 방호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교황 방한 D-10]16일 시복미사 철통 경계

책으로 먼저 만나는 교황 국내 출판계에 ‘교황 열풍’이 일고 있다.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교황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 출간돼 판매되고 있거나 출간 예정인 교황 관련 서적은 40여 권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총 10권이 출시된 것에 비해 큰 증가세를 보였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책으로 먼저 만나는 교황 국내 출판계에 ‘교황 열풍’이 일고 있다.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교황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 출간돼 판매되고 있거나 출간 예정인 교황 관련 서적은 40여 권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총 10권이 출시된 것에 비해 큰 증가세를 보였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14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1984, 89년 방한에 이어 25년 만이다. 특히 교황이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는 역대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에 공식적으로 초청된 인원은 17만219명. 일반 신자와 구경 인파까지 포함하면 50만∼1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유명하다. 난민을 만나고 장애 여성의 머리에 키스하는가 하면 자신의 주케토(가톨릭 성직자의 모자)를 벗긴 꼬마에게 온화한 미소로 화답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교황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내 나이에 잃을 것도 별로 없다”며 외국 방문 때 방탄차 사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국 교황방문준비위원회에도 “가장 작은 급의 한국차를 타고 싶다”는 뜻을 전해 이번 방한 때 소형차인 기아차 쏘울을 탈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이번 방한 때 국빈급 예우를 받는다. 국가 정상급 인사 중에서도 최고등급인 ‘A급 경호’를 받는다. 근접경호는 교황청과 청와대 경호실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 광화문 고층건물 통제 ‘비상’

시복미사는 광화문광장 북단에 제단이 마련된다. 초청된 인원은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까지 이어진 장소에 앉아 미사에 참석한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대표적인 경호 취약 지역이다. 고층건물이 많아 저격 등 암살의 위험이 있고 인파가 몰릴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다.

이날 경찰은 행사 장소를 총 31개 구간으로 나눠 28개 경찰서와 3개 직할대를 배치한다. 이때 총 3만여 명의 경찰을 투입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질서를 유지할 계획이다.

행사가 열리는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에는 가로 1.2m, 세로 0.9m 크기의 플라스틱 물통으로 된 ‘방호벽’으로 폴리스라인이 둘러쳐질 예정이다. 경찰은 총 4.5km 길이의 방호벽 뒤에 경찰관을 배치해 질서 유지를 하고 6m마다 출입 통로를 만들기로 했다. 주변 고층건물은 행사 장소로부터 거리에 따라 A등급(50m 이내), B등급(600m 이내), C등급(1500m 이내)으로 나눠 경찰이 배치된다.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경찰이 배치된다.

경찰특공대는 폭발물 탐지견과 시복미사 7일 전부터 행사장 인근에서 안전 점검을 한다. 고층건물과 지하철역, 인근 공원 등 폭발물이 숨겨져 있을 만한 곳이 모두 대상이다. 경찰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개인 총기 6만여 점도 사전에 수거에 나선 상태다.

○ 지하철 버스 등 ‘올스톱’

시복미사는 16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진행된다. 이때 광화문역과 시청역, 경복궁역에는 열차가 무정차 통과한다. 몇 시부터 운행을 재개할지는 미정. 이날 광화문과 시청 인근을 지나는 버스들은 노선을 우회 운행한다.

시복미사에 초청된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행사장 인근에서 내린 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로 걸어가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행사장과 다소 떨어진 곳에서 하차한 뒤 걸어오면 자연스럽게 줄이 형성돼 인파가 몰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6일 오전 3시부터 문(門)으로 된 금속탐지기와 방호벽을 설치한다. 참석자들은 오전 4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며 7시까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오랜 시간을 폴리스라인 내에 머물러야 하는 만큼 행사장 내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80동 설치된다. 행사장에는 총 40만 병의 생수가 지원되며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39대 등 방송시설도 설치된다.

○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농성장은 어떻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달 14일부터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국회에서 표류 중인 ‘세월호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경근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농성 중단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미사 당일 무작정 자리를 고수하면 반발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농성장 유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복미사 당일 광화문광장 일대 경호를 맡은 경찰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농성장이 유지될 경우 최대 100만 명 가까운 인파 속에서 유족들의 신변 보호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 유족들과 이들의 농성에 반대하는 집단 간의 충돌 등 돌발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교황방문준비위원회는 시복 미사일 세월호 유가족들의 광화문 광장 농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논의 중이다. 조만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복미사 당일 벌어질 수 있는 불법집회 및 시위 등 ‘돌발 변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천주교에 반대하는 종교단체의 집회나 1인 시위 등이 열릴 가능성이 있어 이를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교황 방한#광화문 방호벽#시복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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