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노니아로 매듭을 푸는 교황님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제병영 신부 옮김 175쪽·1만2000원·하양인
어떤 사람이 “만약 교황이 동성애자들을 승인한다면”이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저(프란치스코 교황)는 다른 질문으로 이 물음에 대답했습니다. “하느님이 게이를 보시면 사랑으로 지지하실까요, 아니면 거부하고 책망하실까요?” 우리는 항상 사람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 존재의 신비 안으로 들어갑니다. 삶에서 하느님은 사람들과 동반하시고, 우리는 그들의 처지에서부터 그들과 동반해야 합니다.(책 중·2013년 8월 19일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와의 인터뷰에서 교황 말씀)
저자는 앞서 출간한 ‘세상의 매듭을 푸는 교황 프란치스코’에 실린 교황 말씀 중 90가지를 엄선해 실천편을 출간했다. ‘코이노니아(Koinonia)’란 그리스어로 소통, 친교, 공동체를 뜻한다. 책에는 가정, 교회, 사회, 개인까지 총 4부에 걸쳐 우리가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꼬인 문제(매듭)를 풀어 줄 교황 말씀이 담겨 있다. 교황 말씀은 신학적이거나 철학적이지 않다. 단순명료하게 정곡을 찌르기에 비가톨릭 신자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매듭을 푸는’이란 표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1980년대 초 독일 유학 중 찾은 성 베드로 암 페를라흐 성당에서 요한 슈미트너가 그린 ‘매듭을 푸는 마리아’(그림)를 보고 감동한 이야기에서 딴 것이다. 마리아는 악의 상징인 뱀을 밟고 손으로 매듭을 풀고 있다. 교황은 그림 복사본을 갖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가 대주교 시절 ‘매듭을 푸는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문’을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교황 말씀은 인류의 가장 기초 집단인 가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작한다. 지난해 7월 교황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정은 중요하고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합니다. 가정이 없으면 인류의 문화적 생존은 위험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가정은 기초입니다”라고 말한다. 가정을 지킬 ‘본질적인 세 단어’도 일러준다.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동성애자까지 품은 교황은 인간 존엄성과 인권 존중을 실천했다. 늘 환하게 웃지만 인간 존엄성이 배제된 모든 것은 단호히 거부한다. 교황은 첫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에서 “부의 재분배,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 인권에 대한 사회의 요구는, 배부른 소수를 위한 잠시뿐인 평화나 허울뿐인 서면 합의를 이룬다는 구실로 짓누를 수 없습니다.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은 자신의 특권을 좀체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들의 안위보다 훨씬 드높은 것입니다. 이 가치들이 위협받을 때 예언자적 목소리를 드높여야 합니다”라고 했다.
90일 동안 매일 한 말씀씩 읽고 실천한다면 삶까지 바꿀 수 있다. 책에는 교황의 한국 방문 주요 일정과 그 의미가 실려 있어 가이드북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역자 제병영 신부 인터뷰▼
“살면서 꼬인 매듭, 교황님 말씀으로 풀리길…”
“우리가 살면서 꼬인 매듭들, 사회에 얽힌 매듭들이 교황님 말씀으로 풀리길 기대하면서 책을 번역했습니다.”
‘코이노니아로 매듭을 푸는 교황님’은 서강대 국제문화교육원장인 제병영 신부(56·사진)가 번역했다. 제 신부는 2007년부터 6년 동안 캄보디아 예수회 미션 한국 관구장 대리를 맡아 캄보디아 현지에서 장애인기술학교 설립, 마을 재건 사업을 이끌었다. 지난해 안식년을 맞아 교황의 연설, 강론, 담화 등을 모조리 찾아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교황 말씀을 읽으며 가슴이 뛰고 벅차서 눈시울이 젖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교황님과 사랑에 빠진 거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제 신부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 시절 했던 말씀을 모은 ‘교황 프란치스코 어록 303’과 교황 선출 과정과 교황의 생애를 담은 ‘교황 프란치스코 그는 누구인가’를 번역해 출간했다. 대학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전공한 제 신부는 학창시설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예수회에 입회했다. 그는 “책을 번역하면서 내 삶의 매듭이 풀리고 있음을 알았다. 교황님은 말씀과 행동이 같은 분이고 그분 메시지가 세상의 매듭을 푸는 것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제 신부는 책에서 “교황이 현대사회를 인간 위기의 시대라고 규정했다”고 말했다. “교황님 방한을 앞두고 그분의 삶과 생각을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분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당하고 천대받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원했고 그들 편에서 낮은 자세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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