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병으로 폐의 일부를 잘라낸 베르고글리오의 심정이었다. 대수술 끝에 겨우 목숨을 건진 그의 마음속에는 절망이 가득 찼다. 하지만 수술 후 병문안 온 돌로레스 수녀는 베르고글리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지금 예수님이 당하신 고통을 직접 느끼고 있는 거야.”
베르고글리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고통이 마치 세상에서 제일 큰 것처럼 생각했던 모습이 부끄러웠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78)의 청년기 에피소드다.
이 책은 평범한 아르헨티나 이민자의 아들이던 베르고글리오가 하느님의 부름으로 사제가 되는 과정부터 로마교황청의 최고 수장인 교황에 선출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한 편의 소설처럼 엮어냈다. 특히 저자는 교황 일대기를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기 쉽게 명랑한 묘사, 흥미진진한 전개로 구성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가톨릭 용어에는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도왔다.
책을 읽다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청소년기와 청년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동생 헬레나의 죽음, 첫사랑 아말리아 다몬테에 대한 청혼, 사제가 되려고 결심하는 순간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양말공장 청소부 일하던 중고교시절, 유명 작가를 자신의 수업에 초대해 학생들의 소설을 책으로 만들었던 고등학교 교사 시절의 교황 모습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교황을 ‘슈퍼 히어로’에 비유한다. 실제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옆 골목 벽면에는 오른쪽 주먹을 쭉 뻗으며 날아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려져 있다. 세계를 구하는 ‘슈퍼맨’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
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아이언맨’의 첨단 슈트나 ‘울버린’의 강력한 갈퀴가 아니다. 교황이 들고 있는 가방에는 ‘가치’라는 단어가 스페인어로 적혀 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 전쟁터 어린이를 돌아보자고 호소해 온 교황이 이런 가치관을 무기로 세상을 구하러 나섰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 해에만 미사, 방문, 접견을 통해 700만 명의 어려운 사람들을 만난 ‘슈퍼 히어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외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