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단순하게 인간을 사랑하는… 그분의 삶 바라보며 작은 프란치스코 되길

[한국 천주교 주교단 릴레이 기고]②유흥식 대전교구장

지난해 10월 26일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 도중 갑자기 연단 위로 올라온 꼬마의 머리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다. 당시 교황의 너그러운 모습에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았다. 동아일보DB

광복절을 즈음하여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합니다. 2000년 역사상 첫 신대륙 출신의 교황인 그는 종교를 떠나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소형차를 타고, 접견실을 개방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마약판매조직을 비판합니다. 그의 일상과 교황 취임 이전부터 한결같이 사회적 약자를 돕고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위기 속에서 그를 희망과 위로의 아이콘으로 만들었습니다.

유흥식 대전교구장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외의 바쁜 움직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일본 총리가 이탈리아 로마까지 찾아가 교황을 접견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과거 일본의 위안부 만행에 대한 교황의 비판을 의식한 사전 행보로 분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교황을 접견하는 것은 종교 지도자에 대한 예의나 종교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저마다 교황의 영향력을 염두에 두고 자신에게 돌아온 손익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 국내에서도 교황의 방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방한에 따를 ‘교황 특수’를 계산하고 웃는 사람들과 교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교황의 다소 진보적인 자세를 두고 일찍부터 방한 반대를 외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교황의 방한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모두 자신에게 돌아올 손익을 계산하느라 바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의 주된 목적은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해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청년에 대한 애정이 많아 대회 참석을 결정한 교황의 방한에 맞춰 과거 종교적 박해로 순교한 신앙인들의 시복식이 치러지는 경사도 맞게 됐습니다. 교황은 짧은 방한 기간에 정치인과 다른 종교 지도자들도 만나지만 이번 방문의 목적은 순수한 종교적인 것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 모두의 ‘덧셈 뺄셈’은 참으로 복잡합니다. 온갖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 앞에서 교황이 자기편이 되어주길 갈망하다가 조금만 불리해지면 평가절하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교황 방한 이후의 후폭풍이 조금은 걱정된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저는 각자의 손익 계산을 잠시 멈추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분은 믿음과 삶이 일치하고, 말과 행동이 같은 분입니다.

교황은 누구일까요? 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요? 그는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요? 그는 그저 ‘예수’라는 분을 닮으려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상하좌우 어느 이념에도 구속되지 않고 신앙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생명을, 인간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으로 살아가는 단순하고 소박한 분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교황을 보는 데 집중해주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활짝 열고 그의 말과 행동을 나의 삶에 비춰 보기를 기원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매우 기쁘고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두렵고 부담스러운 것은 그의 삶과 지금 내 삶이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의 방문을 통해 ‘무엇을 얻을까’보다는 그의 내면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의 편이 되어주고,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작은 프란치스코’가 돼 보겠다고 다짐해 봅시다. 우리 모두 작은 프란치스코가 되기를 바랍니다.

유흥식 대전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