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의 육쪽마늘과 함께 구워 낸 한우등심구이, 서해안 갯벌에서 갓 잡아 올린 낙지로 만든 죽, 향긋한 생강 향이 살아 있는 한과….'
방한하는 '교황의 식사'에 등장할 토종 메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기간 대부분 식사는 숙소인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주한 교황청 대사관 내 구내식당에서 간소하게 한다. 내한 첫날인 14일 첫 식사는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이뤄졌다.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해 환영 행사를 치르고 곧바로 교황청 대사관으로 향했다. 대사관에 도착한 교황은 대기하던 직원, 신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직원 식당에서 10여명과 함께 이탈리아 음식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주교회의측 관계자는 "교황이 10시간 정도의 장시간 비행을 해서 낯선 한국 음식보다는 이탈리아 현지 음식으로 식단을 구성한 것으로 안다"며 "첫 끼 식사는 스파게티와 스테이크를 주 메뉴로 했다"고 말했다. 외부 행사 때 교황은 두 차례 오찬과 만찬을 하는데 모두 충청권에서 지역 특산물로 꾸민 한식 메뉴를 맛보게 된다.
교황은 15일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승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한 뒤 인근 대전 가톨릭대에서 아시아대표청년 90명과 오찬을 갖는다. 이날 점심 메뉴는 숯불갈비와 갈비탕. 숯불갈비는 가스불로 굽는 방식이 아닌 숯 향이 깊게 배어나오는 참나무 숯이 사용된다. 이는 교황이 유년시절을 보낸 남미의 대표적 전통음식인 '아사도'(Asado·소갈비 돼지갈비 소시지 등을 숯불에 구운 것)와 유사한 조리 방식이다.
교황의 두 번째 만찬은 17일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에서 동행한 추기경을 비롯해 아시아 주교 90여 명과 함께 한다. 서산 특산물인 육쪽마늘을 곁들인 한우등심구이가 주 요리. 육쪽마늘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싼 태안 안면도의 황토토질에서 성장해 맵지 않으면서도 마늘의 독특한 향이 살아있다. 수확한 지 2, 3개월이 지난 요즘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이어 식사로 서해 청정 갯벌에서 잡은 낙지와 채소를 곱게 다져 고아 낸 낙지 죽이 제공된다. 죽에 사용되는 쌀은 지난해 전국 쌀 대축제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이 지역의 '뜸부기와 함께 자란 쌀'이다. 후식으로는 역시 지역 특산물인 생강이 첨가된 한과가 제공된다. 빵을 좋아하는 교황의 식성을 고려해 육쪽마늘 빵도 준비한다. 미국의 건강전문 잡지 '헬스'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적이 있는 김치도 제공된다. 다만 교황이 외국인임을 고려해 맵지 않은 백김치를 식단에 올린다. 한국 천주교 관계자는 "한우 요리로 준비한 만찬은 실패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5일 대전 미사 후 교황의 대전 가톨릭대 오찬에 참석하지 않는 추기경 4명과 아시아 주교단 등 50여 명은 충남 공주에 있는 순례지 황새바위에서 광주요 도자문화원이 제공하는 한식정찬으로 점심을 한다. 메뉴는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갈비, 콩국수, 닭죽, 각종 전류 등이다.
외국인들의 국내 한식관광여행을 전담하고 있는 '온고푸드' 최지아 대표는 "교황이 드시게 될 한식은 남미에서 즐긴 음식의 취향을 살리면서 우리 전통과 품격을 그대로 배어나게 한 메뉴"라며 "바쁜 일정이지만 식사하시는 동안에는 기쁨과 힐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는 교황에게 제공한 음식을 '해미정식'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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