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평화는 절실한 大義”… “교황 방한, 통일 여는 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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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교황]한반도 메시지
朴대통령-교황 ‘평화의 기도’

청와대 환영식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환영식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4일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교황 방한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진전을 바라고 있는 박근혜 정부로서는 아쉬울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교황은 “(한국이)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하여 기울여 온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한다”며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만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 방한 직전에도 방사포를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인 북한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선물은 평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과 사회를 물려줄 것인지 성찰하라는 도전을 받고 있다”며 “젊은이들에게 평화라는 선물이 필요함을 성찰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쉽지 않다”면서 “상호 존중과 이해와 화해의 토대 위에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세우고 이루어 가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면담에서 교황이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강조하자 스페인어로 “평화는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La paz es un regalo que merece la pena)”이라고 화답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스페인어가 모국어다. 박 대통령은 또 청와대 영빈관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페인어 구절이라며 “희망은 가장 마지막에 잃는 것이다(La esperanza es lo ultimo que se pierde)”라는 뜻의 스페인어를 구사했다. 그러자 교황은 영어로 “희망은 선물(gift)”이라고 답했다.

교황은 연설도 모국어인 스페인어나 교황청의 미사 공식 언어인 라틴어 대신 영어로 했다. 청와대는 “주한 외국 대사를 많이 초청했기 때문에 교황이 영어로 연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황은 연설에서 평화와 함께 ‘배려와 참여’를 강조했다.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그들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해주어야 할 뿐 아니라 그들의 삶이 인간적, 문화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한국 가톨릭 공동체가 이 나라의 삶에 온전히 참여하기를 계속 열망하고 있다”며 “가톨릭교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려는 정신이 자라나도록 젊은이들의 교육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 대통령 “북한, 핵무기 개발부터 중단해야”

박 대통령은 “교황께서 ‘생필품이 필요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우리의 식탁에 여분의 자리를 남겨두자’고 말했듯이 대한민국의 식탁에도 여분의 자리를 남겨두어 가난한 이웃과 늘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 회복 의지를 다졌다. 박 대통령은 “내년이면 남북 분단 70년이 된다”며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오랜 세월 동안 큰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휴전선 너머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평생 그리움과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이 한국에만 7만여 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교황은 “이산가족들이 떨어져 사는 아픔을 이해하며 가톨릭교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는 이런 아픔의 역사를 딛고 진정한 남북 화해와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갈 때”라며 “남북한 주민들이 전쟁과 핵 위협에서 벗어나 함께 행복을 누리고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에 기여하는 통일을 이루려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부터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프란치스코#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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