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이 16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다.
시복(諡福)은 순교자 등 교회가 공경하는 인물을 복자(福者)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선포하는 행사로 한국 천주교 초기(1791∼1888년) 순교자 124명이 그 대상이다. 시복식은 미사에 시복예식이 포함된 형태로 치러진다.
이번 행사에는 공식 초청된 신자 17만 명을 포함해 50만∼100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천주교는 5월부터 전국의 신자로부터 참여 신청을 받은 뒤 교구 및 성당별로 신자 수에 따라 인원을 할당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엄정희 씨(57·여)는 “남편과 함께 참석하는 행운을 얻었다. 9일째 기도를 드리면서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풍암동 성당에서 16일 새벽 출발한다는 오인철 씨(47)는 “오전 5시 20분까지 입장해야 해 힘든 일정이지만 모두 즐거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체 분배 봉사자로 뽑힌 김영춘 씨(67)는 “억만금을 줘도 바꾸지 않을 봉사 자격을 얻었다. 교황께서 직접 축성하신 성체를 신자들에게 건넨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시복식에 앞서 사전행사에서 교황은 서울광장부터 광화문광장 북쪽 끝에 설치된 제단까지 퍼레이드를 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헌정곡인 리스트의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약 8분 동안 연주한다.
시복식의 하이라이트인 시복예식은 미사 초반 참회예식과 자비송을 바친 뒤 이뤄진다. 우선 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안명옥 주교가 교황에게 시복을 청한다. 이어 로마 주재 시복 건의 청원인인 김종수 신부(로마 한인신학원장)가 순교자 124위의 업적과 시복 의의를 담은 글을 읽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원을 받아들여 “공경하올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복자’라 부르고 5월 29일에 그분들의 축일을 거행하도록 허락한다”는 시복문을 낭독한다. 이어 124위 순교자를 그린 그림이 제막되고, 안 주교가 한국 가톨릭교회를 대표해 교황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복예식을 마친다. 이후 미사는 △말씀 전례 △강론 △성찬 전례 등 일반 미사와 유사한 순서로 진행된다. 마침 예식에 앞서 염수정 추기경이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해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제대 양옆으로 설치된 600인치 크기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시복식이 중계된다. 행사장 곳곳에 300∼400인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타워 23개가 설치됐고 인근 건물 16곳의 대형 스크린에서도 시복식을 볼 수 있다. 장비 일부는 삼성전자가 기부한 것이다.
광화문 일대 도로 주변 행사구역에는 출입구 13개가 설치되며, 나머지 부분은 높이 90cm의 방호벽으로 둘러쳐진다. 출입구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총기나 흉기 등의 반입이 원천 봉쇄된다. 입장이 완료되면 행사장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행사장 근처에서는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교황방한위원회에 따르면 행사장 내부와 교황 이동 경로에서의 돌발 상황 방지를 위해 무선통신 방해 전파가 사용된다.
이번 시복식은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이벤트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당시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열린 여의도광장에는 약 65만 명의 신도와 일반인이 모였다. 앞서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미사와 한국 103위 순교자 시성식에도 약 100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됐다.
[?]용어설명
:: 자비송 :: 천주교 미사의 참회예식 때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바치는 기도
:: 청원 :: 개인이나 공동체의 특별한 지향이 이루어지도록 하느님께 비는 것
:: 말씀전례 :: 하느님의 말씀에 성경을 읽고 들으며 찬미 드리는 예식
:: 성찬전례 ::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에 기원을 둔 예식. 빵(제병)과 포도주를 준비하고, 이를 축성하는 감사기도를 하고, 축성된 빵과 포도주를 모시는 영성체 의식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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