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미사를 통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는 성인 바로 전 단계인 복자로 선포된다. 이날 미사에선 한국 천주교를 대표해 김종수 신부(사진)가 시복 청원을 할 예정이다. 김 신부는 124위 시복 선정 과정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 사제로 꼽힌다.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김 신부는 “1998∼2000년 주교회의 사무총장 시절 시복시성담당 교구 신부들 모임을 주재해 124위 시복을 추진했다”며 “2009년 6월 로마 청원인에 선정돼 시복 청원서를 교황청 시성성에 공식 접수시켰고, 16일 시복미사에서 124위의 약전을 이탈리아어로 읽는 영광을 얻었다”고 기뻐했다.
김 신부는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을 신청한 초기만 해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교황청은 124위 가운데 손경윤 제르바시오와 권상문 세바스티아노 두 분에 대해 보완 자료 제출을 요구했어요. 두 순교자에 대해 배교(背敎)했다는 관변 기록과 순교했다는 교회의 기록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지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는 보완 자료를 통해 당시 관변 자료가 틀렸음을 증명한 뒤에야 시복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김 신부는 “124위 순교자들에 대해 교황청 관계자들이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된 103위 성인들보다 더 앞선 세대인데 왜 이제야 시복 신청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또 김 신부는 “이번에 복자가 되는 124위는 한국 교회 사제들이 자료를 발굴한 것”이라며 “앞서 프랑스 출신 사제들이 주도해 103위가 복자로 인정받을 때는 이들의 순교 시점이 일제강점기라는 이유로 일본 교회 순교자가 될 뻔했지만 교황청이 조선 교회를 인정해 조선의 순교자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원교구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이 교황께 한국 방한을 적극 추천하신 걸로 안다”며 “교황께서 직접 한국에서 시복미사를 집전하게 돼 바티칸에서 활동하는 외국 외교사절들이 많이 부러워한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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