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맞춰 마주봐야”… 시복식 제단 최대한 낮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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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교황/프란치스코 신드롬]‘소통과 공감’ 교황의 세가지 비결

약자 위해 몸 낮추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후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찾아 20년 전 사지가 마비된 오미현 씨(여)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약자 위해 몸 낮추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후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찾아 20년 전 사지가 마비된 오미현 씨(여)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장애인들이 사는 방으로 들어갈 때 몸을 굽혀 구두를 벗었다. 당초 교구 측은 서양에선 실내에서도 구두를 벗지 않고 교황이 무릎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구두 위에 신는 덧신을 마련했다. 하지만 교황은 한국의 풍습과 장애아들이 방바닥을 온몸으로 다녀야 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배려해 구두를 벗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는 곳마다 소탈하고 격의 없는 자세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비(非)신자까지 열광시키는 교황의 소통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공감 비법을 꼽는다. 눈맞춤(Eye-contact), 진심이 묻어나는 몸짓, 그리고 유머다.

○ 낮게 더 낮게…“눈높이를 맞춰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찾기 직전, 바티칸 교황청은 동행 취재단에 요청을 해왔다. “교황과 사람들과의 눈맞춤을 막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교황청 대변인실의 마테오 브루니는 “교황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카메라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실제로 교황은 끊임없이 대중과 눈높이를 맞췄다. 광화문 시복식에서도 신자들과 가까이 눈을 맞추고 싶다는 교황의 뜻에 따라 제단 높이를 1.8m로 최대한 낮게 마련했다. 16일 교황이 꽃동네를 찾았을 때 남녀 수도회 대표가 무릎을 꿇고 인사하자 교황은 손짓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워 눈높이를 맞추며 악수했다.

눈맞춤은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대표는 “눈을 맞추면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 백 마디 말보다 진심어린 행동

교황은 언어의 장벽을 넘는 몸짓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서울공항에서 마중 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는 순간, 오른손을 맞잡고 왼손을 가슴에 얹었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가장 중요한 심장 근처에 손을 대는 것은 상대방의 아픔을 자신도 깊이 함께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상대방에게 공감의 뜻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꾸밈없는 동작들은 진심을 느끼게 한다. 정연아 한국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은 “보통 정치인들이 유세할 때는 손바닥을 빳빳하게 펴고 손가락을 모아서 힘 있게 좌우로 흔들어야 카리스마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손가락 사이를 살짝 벌린 채로 손을 들어 어린아이의 자연스러운 손짓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16일 꽃동네에서 장애인들의 공연을 볼 때 의자에 앉으라는 거듭된 권유를 듣지 않고 계속 서서 지켜봤다. 공연이 끝나자 장애아동들을 꼭 껴안아줬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반했어요, 교황님” 17일 교황을 보기 위해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 앞에 모인 군중이 교황을 향해 손을 흔들고 사진기 셔터를 눌렀다. 사진공동취재단
“반했어요, 교황님” 17일 교황을 보기 위해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 앞에 모인 군중이 교황을 향해 손을 흔들고 사진기 셔터를 눌렀다. 사진공동취재단
○ 대중과 공감하는 유머

권위주의를 탈피한 화법과 유머도 호감을 이끌어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고통스러운 일도 유머로 넘기자”는 말을 자주 했다. 교황은 15일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준비된 영어 원고를 읽다가 즉석에서 “사실 내 영어 실력이 좋지 않다(poor)”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을 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로 하겠다”고 하자 젊은이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꽃동네에서 예정보다 일정이 늦춰져 기도를 생략한 뒤 교황은 미리 마련된 원고대로 “이 저녁 기도를 바치며, 우리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라고 읽은 뒤 “아니, 부를 뻔했습니다”라고 재치 있게 정정하기도 했다.

강 소장은 “교황은 가만히 있어도 입꼬리가 올라가 있고, 눈도 하회탈 같다”며 “젊었을 때 많이 웃은 습관의 산물이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교황#프란치스코 교황#시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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