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교황/시복식 현장]시복식 현장 이모저모
주변 상인들 ‘활짝’… 생수 평소의 43배 팔려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한 시복미사는 많은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수십만 명이 질서를 지키며 미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 취재진이 만난 외국인들은 대부분 관광이나 사업 등의 목적으로 짧은 기간 한국에 머물다가 ‘역사적 현장’에 동참하는 행운을 잡았다.
루마니아 국적의 엔지니어 미하이 마노로케 씨(37)가 가장 놀란 것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 몰려든 엄청난 인파. 그는 “다른 종교의 큰 반대 없이 대규모 행사가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다”며 감탄했다. 가톨릭 신자인 제이슨 베레즈 씨(24·미국)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교황 한 명을 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놀랍고 환상적인 일이다”라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시복미사가 끝난 뒤 서울 광화문 일대 식당과 편의점 등은 특수(特需)를 누렸다. 오후 1시경 인근 식당들은 손님으로 꽉꽉 들어찼고 거리에서 얼린 물과 음료수를 파는 상인들도 신이 났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들은 평소보다 품목별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새벽부터 자리를 잡기 위해 몰린 인파로 인해 음료와 간편한 먹을거리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GS25는 이날 광화문광장 인근 6개 점포의 오전 2시부터 낮 12시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생수가 지난주 토요일(9일)보다 43배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커피와 차 등 음료 매출은 32배, 김밥·샌드위치 매출은 19배로 늘어났다. 광화문광장 인근 CU 점포에서는 16일 하루의 커피 판매량이 평소보다 6배로 늘었다. 세븐일레븐 점포의 두유 판매량은 평소의 6.3배로 늘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메밀음식집 앞에서는 오후 한때 가게 밖에 30∼40명의 손님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가게 종업원 이모 씨(42·여)는 “토요일 점심은 직장인들만 상대로 장사를 한다. 평소 이 시간 100여 명의 손님이 식사를 하는데 오늘은 600여 명이 왔다 갔다”며 “예상은 했지만 결국 식재료가 떨어져 손님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에 운집한 인원은 주최 측과 경찰 집계가 달랐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측은 “입장권을 받아 정식으로 입장한 사람 수가 20만 명”이라며 “대형 스크린 등을 통해 광화문 인근에서 시복식을 함께 지켜본 사람은 8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시복미사 시작 직후인 16일 오전 10시 반 기준 17만5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해 차이를 보였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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