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구의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3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는 "남성들이 모여 떠드는 것을 나에게 욕을 한 것으로 오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울산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도 '묻지마 범죄'의 대표적인 사례. 만취한 20대 남성이 버스를 기다리는 10대 여학생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처럼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사회 병리 현상, 사회적 스트레스, 개인의 잘못된 선택 등 3가지를 이유로 꼽았다.
표창원 소장은 18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쌓여온 병리가 터지는 측면이 있다. 거기다 최근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이를 저지르는 개인들의 잘못된 선택에 있다"고 말했다.
사회 병리 현상에 대해선 "고속성장과 산업화 시대의 부작용"이라며 "가정해체 현상, 윤리가 무너지고 무한 경쟁이 대두되면서 인간관계가 단절됐다. 사람들 간의 관계도 적대적으로 변했다. 또 빈부 격차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 분노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양성평등으로 인한 남성성의 훼손 현상이 사회적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소장은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구조조정이 일상화돼 조기 퇴직도 늘었다. 남성 권위주의가 무너졌고 양성평등이 확대됐다"면서 "범죄 심리학에서는 남성성의 훼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자존감에 상처를 받는 남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공동체 복원'에서 찾았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우리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사고' 유가족, 장애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인 것을 시사한다.
표창원 소장은 "교황이 우리 사회에 방문하시면서 어떤 커다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그게 제가 볼 때는 같은 대책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면서 "사회 공동체 복원, 경쟁보다는 약자를 보듬고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 이렇게 좀 방향 설정을 해나간다면 적어도 수년 내지 수십 년 뒤에 우리 사회에는 이런 문제가 좀 더 줄어들고 우리 가족이 갑작스런 범죄 피해를 당할 확률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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