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마지막 일정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다. 18일 오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이 미사에는 김군자(88), 강일출(86), 이용수(86), 김복동(88), 길원옥(86), 김양주(90), 김복선 할머니(82) 등 생존 위안부 할머니 7명이 참석했다.
미사가 시작되면서 본당으로 들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대에서 가장 가까운 앞자리로 향했다. 휠체어에 탄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7명의 할머니에게 다가선 교황은 할머니들의 두 손을 차례로 꼭 잡았으며, 할머니 모두에게 붉은색의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주머니 안에는 하얀색 반투명 구슬로 만든 묵주가 들어있었다.
맨 오른쪽에 앉아있던 김복동 할머니는 교황에게 ‘희망나비’ 브로치를 전달했다. 이 배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모든 여성들이 고통에서 해방되길 염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통역을 맡은 정제천 신부가 교황의 제의에 배지를 달아줄 동안에도 김 할머니는 교황과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얼굴사진이 박힌 명함을 교황에게 전달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한일 간의 문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번 미사를 계기로 일본이 한국에 진정어린 사과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이인순 사무처장은 “할머니들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분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걸 되새기고 큰 위안을 얻으신 것 같다”며 “비록 교황님이 미사 도중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말씀은 없으셨지만 할머니들이 미사에 초대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교황의 말과 행동은 정치적 구속력은 없지만 전 세계 6분의 1에 해당하는 가톨릭 인구는 물론이고 전 인류에 큰 영향력을 미쳐왔다. 현재 아시아의원네트워크 한국 대표로 활동 중인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미사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남유럽, 남미 국가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위안부 문제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대구에서 19년째 위안부 할머니들 주치의로 활동해온 곽동협 곽병원 원장은 “전 세계적인 관심과 더불어 할머니들의 상처 치유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도 교황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만남을 기뻐했다. 최 변호사는 2004년 한일협정 문서정보공개 소송 승소, 2012년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등을 이끌어내는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매번 힘을 보태고 있다. 최 변호사는 “일본 사법부는 ‘고노 담화가 나온 뒤 3년 안에 피해국에 법적 보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을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양심을 추구하라는 교황님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자진해서 사과 및 보상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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