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밖에 나갔더니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더군요. 조금만 더 참으면 기다리던 봄이 옵니다. 다가오는 초봄은 무더위가 시작되기 직전인 6, 7월과 더불어 연중 꺾꽂이(삽목)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삽목은 종자 번식보다 쉽게 원하는 식물을 증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가지치기의 ‘부산물’을 이용할 수도 있어 좋습니다. 오늘은 봄철 삽목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볼까 합니다.
①꺾꽂이할 가지(삽수) 준비=당연히 제일 먼저 삽목이 가능한 나무의 가지를 준비해야겠지요? 봄에 꽃이 피는 개나리와 진달래, 철쭉을 비롯해 동백, 치자, 서향(천리향), 남천, 주목, 삼나무, 향나무, 은행나무, 포도나무 등이 삽목이 잘됩니다. 고무나무나 파라칸타 같은 열대 또는 아열대 원산 관엽식물도 대부분 삽목이 가능합니다. 저는 올해 아파트 화단의 진달래로 꺾꽂이를 해볼까 합니다.
낙엽이 지는 활엽수는 가지에 물이 오르기 전에 삽목을 해야 하며, 지난해에 자라난 젊은 가지가 성공률이 높습니다.(이것은 3월 말∼4월 초에 하는 삽목 기준입니다. 6, 7월에 하는 녹지삽은 그해에 돋아난 가지로 합니다.) 반면 침엽수는 2년 이상 자란 가지가 발근이 잘됩니다. 동백 같은 상록활엽수는 잎을 조금만(2장 정도) 남기고 따 버려야 합니다. 뿌리로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잎이 증산작용을 하면 삽수가 말라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남긴 잎의 절반 정도를 가위로 잘라내면 더 좋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가지를 10∼15cm로 잘라 2, 3시간 물에 담가놓으면 삽수가 완성됩니다.
② 흙에 삽수 꽂기=삽목용 흙은 수분을 잘 머금으면서도 물이 잘 빠지고, 통기성이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거름기가 없는 무균 토양이 좋습니다. 자칫하면 삽수가 썩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 육종 전문가인 김장수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께서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피트모스(수생식물과 이끼가 부식, 퇴적된 것)와 펄라이트(진주암을 분쇄해 고온에서 가공한 것)를 2 대 1로 섞은 인공토양을 쓴다고 하시더군요. 질석을 구워 만든 버미큘라이트를 펄라이트와 같은 양으로 추가해도 됩니다.
일반 동호인 중에는 모래나 고운 마사토만 쓰시는 분도 많습니다. 다만 이때는 물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합니다. 여기서 김 연구사님께서 가르쳐 주신 팁 하나! 진흙이나 황토로 경단을 만든 후 그것으로 삽수 아랫부분을 감싸서 흙에 심으면 성공률이 높아진답니다.
이제 물에 담가 두었던 삽수의 밑동을 날카로운 칼을 이용해 사선으로 잘라낸 후 흙에 꽂으시면 됩니다. 가지를 사선으로 자르는 이유는 삽수가 수분과 접촉하는 면적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간혹 줄기 양쪽을 사선으로 잘라 도끼날(▽) 모양으로 만드는 분들도 있습니다. 삽수를 흙에 꽂을 때는 전체 길이의 3분의 1 정도가 흙 속에 묻히도록 하면 됩니다.
③ 심은 후 관리=심어놓은 삽수는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는 밝은 곳에서 물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면 됩니다. 이때 습도 조절이 중요한데, 집에서 소규모로 삽목을 하실 때는 페트병을 잘라 삽수 위에 덮어놓으면 도움이 됩니다.(2011년 5월 7일자 B4면 ‘아파트 화단에서 아기 묘목 입양하기’ 참조) 온도는 따뜻할수록 좋은데, 실외에선 보통 3월 말∼4월 초가 적기입니다. 실내에선 그보다 빨리 하셔도 괜찮습니다. 뿌리는 이르면 한 달, 늦으면 3개월 정도 후에 나옵니다. 뿌리가 나왔는지는 새 잎이 나오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단, 줄기의 영양만으로 싹이 트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뿌리가 난 삽수는 이르면 5, 6월에 다른 화분에 옮겨 심으면 됩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는 초가을이나 이듬해 봄까지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습니다.
써놓고 보니까 좀 복잡한 듯도 싶네요. 하지만 꺾꽂이는 그냥 주변에 있는 나무의 가지를 잘라 이미 사용 중인 화분에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사진에 있는 좀작살나무 가지가 바로 그렇습니다. 원래의 잎이 떨어지고 새 잎이 나는 걸 보니 이제 뿌리가 내렸나 봅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도움말=김장수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육종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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