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보라색 재킷에 흰색 원피스를 받쳐 입은 그녀의 첫인상은 무난한 중간색 차림이 대부분인 ‘일하는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의 80% 이상이 남자죠. CEO 포럼 같은 곳에 가면 온통 검정, 회색 정장 차림뿐이에요. 저까지 어두운 색을 입으면, 존재감이 없잖아요?”
국내 유수의 대기업, 외국계 기업 임원들의 채용을 성사시키는 국내 최고의 커리어 컨설턴트이자 헤드헌터 여성 1호로 이름난 유순신(56). 2003년에 설립한 자신의 커리어 컨설팅 회사 ‘유앤파트너즈’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킨 여성 기업인이기도 하다.
과하지 않으면서 개성있는 스타일링이 포인트
그의 휴대전화에는 각계 인사 3000여 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최근 커리어 관리와 인재 채용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기업체 인기 강사로도 손꼽히는 화려한 그의 이력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호칭이 있다. ‘베스트 드레서 유순신’이다. 커리어우먼으로서 과하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고 세련된 스타일링이 포인트다.
유 대표는 패션 산업에 종사하는 남편(정세혁 홈플러스 패션상품부문 대표) 덕분에 매달 15∼20권 정도의 잡지를 보면서 패션 감각을 키운다고 한다.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현지에서 독특한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7, 8년 이상 입는 옷이 많을 정도로 기본형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젊은 디자이너의 감각을 살피기 위해 주말이면 윈도쇼핑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그에게는 외모 역시 경력처럼 가꾸고 다듬어야 할 경쟁력이다. 남들에게 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패션은 ‘나를 표현하는 붓, 나의 대변인’이라 정의할 정도로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여성의 패션은 여성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아예 무시하거나, 두 가지인 경우가 많아요. 과도한 노출이나 장식은 동등한 실력자로 승부하기보다 여성임을 내세우려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어요. 그렇다고 늘 무난한 색상과 디자인만 고집하면 매력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밸런스’, 조화로움이 관건입니다. 예를 들어 색상이 강렬하면 디자인은 단순하게, 패턴이 화려하면 실루엣은 간결하게, 의상이 최신 유행이면 구두는 기본 스타일로 선택하는 거죠.”
프레젠테이션 때는 반드시 검정 정장 입어
유 대표는 옷을 입을 때 우선 이미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생각한다고 한다. 때와 장소, 상황에 맞춰 ‘품위’냐 ‘전문성’이냐 등 키워드가 정해지면, 그에 맞는 의상과 액세서리, 헤어스타일을 정한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반드시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받쳐 입습니다.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고, 업무 능력이 돋보이도록 해 줍니다. 검은색은 강한 느낌을 주므로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자리에 효과적이에요. 흰색은 신뢰감을 주지요. 검정 정장에 흰색 셔츠를 단정하게 받쳐 입고 행커치프 정도로 포인트를 주면, 자신 있게 나설 수 있습니다.”
유 대표는 강연할 때는 꼭 바지를 입는다고 말한다. 활동적이어서 강연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스타일링은 무엇보다 T(Time·때) P(Place·장소) O(Occasion·상황)에 잘 맞췄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헤어스타일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전혀 손질 안 한 머리를 ‘자연스럽다’는 것도 자신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커리어우먼이라면 상대의 기분까지 고려하고,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저는 여름에도 앞뒤 다 트인 샌들보다 펌프스를 즐겨 신어요. 일부러 갖춰 입은 느낌을 주거든요.”
▼ 유순신 대표가 공개하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지키는 이미지 관리법 ▼
월급 총액의 10%는 과감히 자기계발에 투자한다. 체력, 건강, 절제, 스트레스 통제 그것이 바로 젊음의 비결이고 성공의 한 요소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한 독서,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은 물론, 머리와 화장과 옷, 이 세 가지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옷이든 헤어스타일이든 자기 스스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때 자신감은 저절로 따라온다.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
각종 세미나와 독서 모임에 적극 참여한다. 학습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지만, 그곳에서 함께 공부하는 많은 분들과의 소중한 인맥과 간접 경험 역시 사람과 정보가 가장 큰 자산인 내게 있어 미래를 위한 귀한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작은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킨다.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일단 내 입에서 나간 이상은 성심성의껏 지켜 믿음을 주고자 한다. 그저 하는 인사말인 ‘언제 밥이나 한번 먹지’는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난 확실한 시간을 정해 그 사람과 꼭 밥을 먹는다. 이 같은 작은 신뢰가 상대방과의 관계의 질을 향상시키고, 대형 프로젝트 성사로 이어진다.
사소하지만 꼭 지키는 일상 습관들 공식적인 모임이 없는 퇴근 후의 저녁 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나에게 투자한다. 술자리로 이어지는 허툰 저녁 약속을 없애면 시간 관리의 효율이 높아진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음 날 입을 옷을 미리 정해두면 바쁜 아침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TPO에 맞는 옷차림으로 더욱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다. 사소하지만 습관 들이면 좋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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