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girl/Art&Healing] 나를 치유하는 마음 휴식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국제정신분석가 이무석 교수

사진/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국내 6명뿐인 국제정신분석가 중 한 사람인 이무석 전남대 의대 명예교수(69). 그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한 ‘마음 휴식법’ 강연이 화제다. 그는 “평소 몸을 돌보듯 자신의 마음을 돌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돈 관리, 몸 관리는 열심히 하는데 ‘마음 관리’는 아주 못 하고 있어요. 자기 마음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놓고도 무시하다가 불면증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빠집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겪는 스트레스로 ‘분노’와 ‘열등감’을 꼽았다.


분노감 높은 그룹이 낮은 그룹보다 사망률 7배나 높아

“누굴 미워하는 사람과 미움 받는 사람 중 누가 더 불행할까요?”

이 교수는 분노에 대해 말하기 전 먼저 질문을 던진다.

“미워하는 사람이 더 불행하다는 것을 저는 정신과에 있으면서 알았어요. 미움 받는 사람은 정신과에 안 오더라고요(웃음). 미워하는 사람이 오죠. 외도가 들통 나 구박받는 남편은 안 오고 아내가 남편이 미워죽겠다고 옵니다.”

그는 “분노는 수명도 단축시킨다”고 덧붙이면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달스트롬 교수의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의대생을 분노감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누고, 25년 후 조사하니 분노감이 높은 그룹의 사망률이 7배나 높았다고.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돼요. 나를 괴롭게 한 사람을 용서하는 게 어렵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면 좀 나을 거예요. 그 사람도 먹고 살려니까 그랬을 거야, 자기 문제 때문에 그랬을 거야, 하는 식이로요.”


‘자기위로 기능’으로 자존감 회복해야

이 교수는 열등감에 대해 “가장 많은 사람이 시달리는 감정인 것 같다”고 말한다. 열등감은 자존감이 낮을 때 생기므로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위로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고.

“한 여자가 실연을 당해 힘들어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스스로 작아지지 말자. 힘을 내야지.’ ‘그 남자 이기적이야. 지금 헤어진 게 잘 된 거잖아.’ 이런 자기 위로의 음성은 실연의 아픔을 훌훌 털게 만들죠.”

이 교수는 “자기위로 기능이 강한 사람은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꿋꿋이 이겨내며 우울한 감정에서도 빨리 벗어난다”고 말한다.

“반면 실연 후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기도한 여자가 있어요. ‘그가 떠난 건 다 못난 내 탓이야’ ‘난 무가치한 사람이야.’ 이런 자기비난의 소리가 자신을 침몰시킵니다.”

이 교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모순돼 보이지만 열등감에는 남보다 우위에 서려는 욕심이 숨어 있어요. 욕심을 버리면 열등감 극복이 쉬워지죠. 예를 들어 배우처럼 예쁜 얼굴에 열등감을 느끼기보다 ‘나는 나야. 내 가치는 따로 있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이렇게 건강한 자기애를 가지고 살아요.”


믿을 만한 상대에게 상한 마음 털어놓기

이 교수는 “마음은 깨지기 쉬운 것이라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상한 마음을 달래주어야 해요. 그래야 그것이 어두운 무의식의 뒤편에서 나를 붙잡지 못해요. 몸이 아픈 것이 쉬라는 신호이듯 내 마음이 불편한 것은 주인에게 살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그는 마음을 달래고 살피는 방법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걸 참아내고 여기까지 온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해주세요.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 오늘밤 거울을 보며 사과하세요. ‘미안해. 그간 내가 너무 구박했지?’ 하면서 말입니다.”

믿을 만한 상대에게 자신의 상한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권한다.

“상담 기법으로 ‘환기’라고 하는 건데요. 방에 공기가 탁할 때 나쁜 공기를 내보내고 새 공기를 들어오게 하는 거죠. 자신의 속말을 하고 공감을 얻으면 마음 건강이 회복되는 효과가 큽니다.”

이 교수는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마음을 보호하는 울타리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여직원이 새 옷을 입고 회사에 나갔는데, 남자직원이 ‘무슨 아동복을 입고 다녀?’ 하는 겁니다. 이 여직원이 화장실 가서 거울을 보니 자기 눈에도 옷이 이상해 보이는 거예요. ‘부끄러워서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이 든다면 마음의 울타리가 무너져버린 거죠.”

반면 같은 상황에서 “근사한 새 옷이 아동복으로 보여요?” 하며 여유 있게 웃는 여직원은 마음에 튼튼한 울타리가 처져 있는 것이라고. ‘내 가치관, 네 가치관’을 선명하게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보호된다고 한다.


목표에 도달해야 행복할 거란 생각에서 벗어나야

이 교수는 “행복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어떤 목표에 도달해야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아파트 평수를 넓히면, 회사에서 승진하면 행복할 거라고 기대하죠. 하지만 목표에 닿으면 또 다른 목표가 생겨요. 이런 사람들은 죽으면 묘비에 ‘내일이면 행복했을 사람 여기 잠들다’ 이렇게 새겨질 겁니다(웃음).”

그는 “행복은 일상생활에서 그때그때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목표에 치중해서 살면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고.

이무석 교수는 40대 초반과 50대 중반, 3백50여 시간에 걸친 개인 정신분석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마음에 평안과 기쁨, 자유로움을 느끼게 됐다고. 그는 “우리 마음은 참 신비로운 것”이라고 하면서 “마음의 움직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라”고 주문한다.

“마음을 들여다보면 나를 알아가게 됩니다. 무엇에 기쁨을 느끼고 무엇에 화를 내는지, 무엇에 힘들어하는지…. 나를 이해할수록 어떤 묶임이 풀린 듯 훨씬 편안하고 자유로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 이무석 교수는…

전남대 의대 박사. 영국 정신분석학회의 베이커 박사와 미국 정신분석학회의 타이슨 박사에게 350여 시간의 개인 정신 분석을 받았다.
한국정신분석학술상 수상. 스테디셀러 ‘30년 만의 휴식’ ‘이무석의 마음’ 등을 펴냈다.
서울 청담동과 전남 광주에서 이무석정신분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내 생에서 아주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내게 있어 가장 찬란하고 자유롭던 시절, 일상으로부터 일탈된 한 여행자로서 마주친 낯선 섬에 관한 그리움과 환상을 담았다.” ─ ‘작가 노트’ 중에서


● 남궁혜영 작가는…

서양화가. 덕성여대 서양화과,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졸업.
경남 거제중 미술교사, 한국교원대 강사로 일했다.
‘섬-아름다운 환상’ 등 개인전 10회, 단체전 80여 회.

글/계수미 전문기자 soomee@donga.com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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